추미애 장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를 SNS를 통해 공개 저격했고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해당 검사 관련 비판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내가 그 검사다”라는 댓글과 함께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내부망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추미애 장관은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검찰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SNS에 답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처음 총대를 메고 나선 이는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9기)다. 검찰 조직에 들어온 지 10년 남짓한 그는 10월 28일 이프로스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과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도 지지 않았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검찰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SNS에 답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검사의 과거 비위 논란 내용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평검사 저격이 검찰 내 더 큰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이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6기)가 나섰다. 그는 다음날인 29일 이프로스에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며 비판의 글을 올렸다.
추미애 장관이 ‘커밍아웃’이라고 규정하자 이를 인용해 추 장관의 검찰개혁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 검사는 “이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를 표한 게 개혁과 무슨 관계냐”고 맞섰다.
두 사람의 ‘커밍아웃’에 일선 검사들 역시 “나도 커밍아웃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글에는 ‘내가 그 검사다’ 등 최 검사와 이 검사를 지지하는 댓글이 30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100여 개 넘게 달렸다. 모두 실명인데 한 검사는 “정치적 개입을 ‘검찰개혁’이란 단어로 억지 포장하는 건 몹시 부당하다”고 비판했고, 다른 검사는 “대다수 검사들이 잘못된 관행은 반성하고 올바른 형사사법제도 정착을 희망한다. 진심을 알아달라”고 지지했다. “평생 커밍아웃이란 걸 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는데 오늘 저도 해야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여권은 이를 ‘검찰개혁 필요성’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0월 30일 “국민들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며 추 장관의 “개혁만이 답”이라는 반응에 화답했다. 강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은 검찰개혁 움직임에도 저토록 극렬히 저항하면서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재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전날 2심 선고에서 유죄로 구속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언급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위에서부터 밑으로 암암리에 ‘연판장에 서명’을 받으며 뜻을 모았다면 이제는 이프로스를 통해 3040의 젊은 검사들도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검찰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SNS를 통해 밝히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박훈 변호사는 ‘라임자산운용 사건 핵심 김봉현 전 회장의 룸살롱 술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검사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조 전 장관은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용하며 “박훈 변호사의 실명 공개,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사건의 수사 및 감찰 대상자이므로 공개의 공익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관련 비위 사건들을 언급하며, 이들의 저항이 ‘검찰 권력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온라인에 올리는 공개 글과 댓글이 ‘21세기 연판장’이 됐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 진짜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쉬쉬하면서 함부로 ‘여권의 검찰개혁’에 대해서 논하지 않던 분위기가 있었다면 윤석열 총장의 작심 발언 이후 ‘지금 개혁은 정치권의 공세에 불과하다’며 공공연히 얘기하기 시작했다”며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는 위에서부터 밑으로 암암리에 ‘연판장 서명’을 받으며 뜻을 모았다면 이제는 이프로스를 통해 3040의 젊은 검사들도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화가 된 것 같다. 댓글이 달리는 것도, 눈치 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도 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4년여의 문재인 정권 집권 기간 ‘뭐든지 검찰 탓’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누군가 중심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검찰이 할 수 있는 반항이라는 것이 ‘집단 사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규모가 제한적이라면 실패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