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장위동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꼽혔지만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 중이다. 장위10구역 역시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 2017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은 진행 없이 표류 중이다. 사랑제일교회가 사업 지연에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장위10구역의 ‘알짜자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철거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
사랑제일교회 측은 건축비 등의 이유로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 측에 570억 원가량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 감정가액 82억여 원의 7배에 달하는 액수다. 조합 측은 교회와 협상을 거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14일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광섭)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교회는 법원에 수차례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럼에도 교회 측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교회 주변 주택과 상가 주민들은 이주를 시작해, 이미 철거가 이뤄진 상황이다. 반면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은 교회로 이어지는 골목에 야외 천막을 쳐놓고 출입을 막고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교회와 재개발 조합 사이에 기류가 바뀌며,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김 아무개 씨 직무대행 체제의 재개발조합 지도부가 사랑제일교회 측과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합의안에는 교회 철거 대가 보상금 148억 원과 임시 예배당 지원금 9억 원 등 총 157억여 원을 사랑제일교회 측에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합의안은 조합 이사회를 거쳐 대의원 회의를 통과해 조합 총회 긴급 안건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교회와 조합 지도부 협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합의안에 대토 보상(토지를 수용당하는 원주민에게 현금 대신 재개발 구역 내 새로 조성하는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이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원 A 씨는 “합의안에 재개발 구역 내 교회 부지 제공 금액은 산정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보상한다고 했을 때, 최소 금액으로 계산해도 150억 원이 든다”며 “대토 보상까지 더하면 합의금은 최소 307억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합의안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잠재적인 우려요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A 씨는 “합의안에 따르면 공원 부지에 2000㎡(약 606평)의 임시 예배시설을 지어줘야 한다. 교회 측에서 임시 예배시설을 쓰다가 나중에 해당 시설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또 다시 명도소송을 하거나, 협상을 통해 보상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전광훈 목사 측이 처음에 요구한 550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 24일 열린 재개발 조합 조합원 총회에서 합의안은 부결됐다. 조합 측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서 총 조합원 403명 중 90%인 360여 명이 투표, 반대가 230여 표로 과반을 넘겼다. 합의안을 가져온 직무대행 김 씨도 새로운 조합장을 뽑는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대신 협의안에 반대 입장을 제기하던 조합원 장 아무개 씨가 새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새로 구성된 조합 지도부는 사랑제일교회와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다. 조합장 장 씨는 “교회 측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내린 재개발 조합의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철거 강제 집행 가능성도 나왔다. 앞서 조합은 지난 6월 두 차례 사랑제일교회 건물 철거 강제 시도에 나섰지만, 교인들이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장 씨는 “사랑제일교회는 법인이라 조합원이 될 수 없어 이미 현금 청산을 해 법원에 84억 원이 공탁돼있다. 명도소송도 승소했기 때문에 공탁금만 주고 법대로 강제 집행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 사진=박정훈 기자
반면 사랑제일교회 측은 합의안이 총회에서 부결됐지만, 원점에서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랑제일교회 법률대리인은 “서울시 재개발 사업 내 부지의 종교시설은 존치가 원칙이다. 재개발 사업 시작부터 조합에서 대토 보상과 교회 건축비, 임시시설 제공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보상금 산정 협상에 들어가기 전, 재개발 조합에서 이를 부인하며 소송에 들어간 것뿐”이라며 “조합 측에서 보상비를 제시해보라고 해서 570억 원을 말한 것이다. 이를 기초로 양측이 협상을 통해 금액을 조정해가면 됐다. 그렇게 이번 157억 원 합의가 나온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총회에서 부결돼 좋다. 다시 없던 걸로 하고, 원래대로 금액 다시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합의안이 향후 법적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대리인은 “그동안은 공식적인 서류가 없어 법원에서 교회가 어려운 입장이었다”며 “이번에 157억여 원의 합의안이 도출됐다. 최초로 금액 합의가 돼 쌍방 대리인이 공식적으로 도장을 찍은 서류다. 조합 이사회와 대의원 회의를 통과했다. 총회에서만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된 것뿐이다. 합의했다는 게 중요하다. 조합 지도부와 임원이 교체됐다고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명도소송의 경우도 이제 1심이 끝났고, 항소심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강조했다.
조합 내에서는 직무대행 김 씨가 진행한 교회와의 합의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기도 한다. 직무대행인 만큼 새로운 조합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조합을 관리·유지만 하면 되는데, 굳이 직무대행이 나서 교회와 합의를 하고 그 합의안을 긴급 안건으로 총회에 올릴 이유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조합원 B 씨는 “직무대행도 이번 총회에 신임 조합장으로 선거에 나왔다. 그런데 교회 측에서 직무대행을 지원했다는 말이 있다. 교회 장로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직무대행의 선거 포스터나 팸플릿 등을 구비하고 나눠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무대행 김 씨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나도 전광훈 목사가 누구보다 싫은 사람이다”라며 “재개발 사업이 빨리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씨는 “서울시 지침에 종교부지 협상은 일대일 대토, 신축비용, 임시거처 마련이 원칙이다. 서울시의 법적 근거를 무시하고, 500억 원이 비싸다고 반대하면 협상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강제집행은 성공하면 조합에 이익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조합에 더 큰 피해를 준다. 교회에서도 금액을 더 높여 요구하지 않겠느냐. 성공해도 강제집행과 사후 관리에 협상액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 그래서 협상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임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사랑제일교회 측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나는 19세에 서울에 올라와 장위동에서만 40년을 살았다. 그 사무실의 교회 장로와 여러 도움을 주고받으며 인간적으로 친하다. 또한 그들도 조합원인데 선거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장로라는 이유로 교회와 연관 짓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