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0월 30일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30일 SK 와이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염 감독은 최근 손차훈 단장과 면담을 갖고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로써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염 감독의 사퇴가 공식화됐다.
2019시즌 2위로 팀을 이끈 염 감독은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 6월 두산전에서 경기 도중 쓰러졌다가 두 달 만에 복귀했지만 다시 건강이 악화돼 5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박경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염 감독의 자진 사퇴 후 신임 민경삼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SK의 차기 감독 관련해 꾸준히 소문이 나돌았고, SK에서 잔뼈가 굵은 민 사장이 어떤 구상으로 신임 감독을 뽑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태다.
현재 SK 차기 감독으로 가장 많은 이름이 오르내린 이가 SK 출신의 A다. A는 감독뿐만 아니라 단장 후보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SK 왕조 시절 A가 주축 선수로 활약했고, 신임 민 사장과의 관계가 돈독한 편인데다 선수 생활 은퇴 후 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오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문제는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
또 다른 후보는 올 시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염경엽 감독을 대신해 선수단을 이끌어온 박경완 감독대행이 꼽힌다. 염 감독의 색깔이 짙은 팀을 이끌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선수들과 소통하고 믿음의 야구를 보여준 부분은 인정받을 만하다는 것. 반면 SK 팬들 사이에서는 박경완 감독대행에 대한 평가가 상반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온갖 악재가 들끓었던 시즌을 그래도 잘 이끌어왔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면에서는 수차례 아쉬운 장면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비난이 들끓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이 후보에 있다는 소문도 있다. 민경삼 사장은 SK 단장으로 있을 때 트로이 힐만(마이애미 말린스 코치)을 미국에 가서 면담 후 SK 감독으로 앉혔다. 메이저리그의 지인들을 동원해 힐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미팅하는 자리에서 힐만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했다. 민 사장은 힐만 감독을 선임해 놓고 2016년 12월 SK를 떠났다. 후임 단장은 당시 넥센 히어로즈를 나온 염경엽 감독이 이어 맡았다.
야구계에서는 민 사장의 메이저리그 인맥이라면 SK 차기 감독으로 외국인 감독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야구인은 힐만 전 감독의 KBO리그 복귀를 예상하기도 했다.
공석이 된 SK 감독직 후보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10월 30일 한 매체에서는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SK 차기 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는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이글스도 차기 감독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한 상태다. 한용덕 감독의 사퇴 후 최원호 2군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아 시즌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치며 고군분투했고, 최 감독대행도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며 다음 감독한테 평가 지표를 만들어주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한화 내부에서는 최 감독대행한테 내년 1군 사령탑을 맡기기보다는 2군에서 선수들 육성에 더 힘을 발휘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차기 감독은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까. 한화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감독보다 대표이사 선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화는 지난 9월 박정규 전 대표이사가 팀 성적 부진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문제 책임을 지고 사임해 지금까지 구단 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최근 일요신문은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 자리에 이태일 전 NC 다이노스 사장(현 스포츠투아이 대표)이 유력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언론인 출신의 이태일 전 사장은 신생팀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를 맡아 NC를 빠르게 KBO리그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보도 후 한화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하며 “이태일 전 사장이 후보군에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대표이사 선임은 그룹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 우리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한화그룹 측이 야구단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야구 관계자들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오랫동안 일한 한국인 스카우트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한화도 마냥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규시즌이 마무리된 만큼 한화 측에서도 서둘러 신임 대표이사 발표 후 차기 감독 선임까지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석은 아니지만 시즌 내내 구단과 불편한 행보를 보인 감독이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다. 허 감독은 1년 전 롯데와 계약기간 3년 총액 10억5000만 원(계약금 3억 원·연봉 2억 50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키움 수석코치에서 생애 첫 프로팀 사령탑에 올랐다. 성민규 단장이 후보군에 있던 외국인 감독을 밀어내고 허 감독을 선택한 건 다소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성 단장의 ‘프로세스’와 허 감독의 야구관, 지도관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프런트가 내세운 방향과 현장 책임자인 허 감독의 운영 방안은 엇박자를 냈다. 더욱이 ‘초보 감독’인 허 감독은 이례적으로 시즌 내내 구단을 향해 감정을 담은 날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시즌 꼴찌팀이었던 롯데가 올 시즌 7위로 마무리한 것은 나름의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때 상승세를 내달리며 5, 6위에 올랐던 롯데로선 시즌 중반 이후의 성적 하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당시 허 감독은 5강 재진입을 위해 7월 말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9월에는 ‘음8치올(음력 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이라는 이색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허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 기사가 쏟아지면 경기 전 인터뷰 자리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프런트와의 갈등을 표면화시키기 위해 “9명의 선수가 웨이버 공시된 걸 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등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의 다음 시즌이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롯데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가 허 감독과 3년 계약을 했지만 시즌 내내 구단에 불만을 드러낸 허 감독이 내년에도 선수단을 이끌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귀띔했다. 허 감독은 구단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최근 인터뷰에서는 “초보로서 처음부터 실수를 많이 한 것 같다. 내년에는 그런 실수 없이 코치와 소통하고, 구단과도 소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0월 26일 KT 위즈는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이강철 감독과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5억 원과 연봉 5억 원 등 총액 20억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감독은 2018년 11월 3년간 총액 12억 원에 KT 3대 사령탑으로 취임했고,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았지만 2년 연속 구단 최고 성적을 이끈 공로를 인정해 미리 3년을 더 보장해줬다.
이 감독의 재계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선은 올 시즌 재계약을 앞둔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한테 쏠렸다. 류 감독은 올해로 3년 임기가 만료된다. 평소 차명석 단장은 자신의 목표 중 하나가 류중일 감독 재계약이라고 말할 만큼 류 감독의 재계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가 ‘가을야구’에서 어떤 성적을 내는지가 류 감독의 재계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LG 출신의 지도자가 차기 감독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편 손혁 감독의 사퇴로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선수단을 이끈 키움 히어로즈도 ‘가을야구’를 마무리하면 본격적으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