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신문] 부산시민의 대다수가 우리 사회의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은 최근 ‘부산지역 디지털성범죄 인식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만10세 이상 만59세 이하 부산시민 2,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성범죄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근절을 위한 부산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시민의 93%가 우리 사회의 디지털성범죄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 51.6% + 심각하다 41.4%)고 응답했다.
여성의 경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5.6%로 남성 90.3%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연령별로는 30대 98.3%, 40대 96.0%, 50대 95.7%, 20대 90.6%, 10대 86.5%의 순으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문항에 전체 응답자 중 69.2%가 알고 있다(정확히 알고 있다 15.1% + 알고 있는 편이다 54.1%)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1.7%로 여성 66.6%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30대 75.1%, 40대 74.3%, 10대 68.0%, 50대 67.0%, 20대 61.9%의 순으로 답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알게 됐는지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62.7%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성범죄를 인지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57.6%가 달라졌다(완전히 달라졌다 16.8% + 달라진 편이다 40.8%)고 답했다.
불법촬영물(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 또는 영상)이 온라인 사이트나 채팅방에 유포될까 얼마나 불안한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9.0%가 불안하다(매우 불안하다 28.1% + 불안하다 40.9%)고 대답했다.
여성의 경우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8.2%로, 남성 59.8%에 비해 매우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 84.6%, 40대 79.3%, 50대 72.3%, 20대 64.4%, 10대 51.7%의 순으로 불안하다고 답했다.
디지털성범죄 유형별 법적 처벌 가능 인지도를 묻는 문항에서는 비동의 불법영상물 촬영, 비동의 유포 및 재유포, 영리목적 유포협박, 괴롭힘 목적 유포협박, 사진합성, 영리목적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플랫폼 운영,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으로 인지했으나, 디지털성범죄물을 공유, 저장, 시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았다.
디지털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식에 대한 문항에서 불법촬영을 한 자, 디지털성범죄물 유포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해자로 인식했으나, 디지털성범죄물의 공유·시청·재유포 등을 한 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5%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상에서의 성적 농담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비율이 21.0%, 동의하에 영상물을 촬영한 경우 영상물이 유포되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1.9%로 매우 높아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인식 전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 일순위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디지털성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 36.4%, 디지털성범죄 기록물의 신속한 삭제 및 차단 21.2%, 지역별 디지털성범죄 대응센터(여성폭력방지종합센터)설치 및 운영 1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보고서는 부산시민의 디지털성범죄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부산지역 디지털성범죄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정책 방안도 제안했다.
부산광역시 디지털성범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 제정, 부산지역 디지털성범죄대응센터 설치, 디지털성범죄 모니터링 및 인터넷 감시단 활성화,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및 인식 개선 캠페인 실시,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인력 양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정다운 연구위원은 “디지털성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는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디지털성범죄물의 신속한 삭제를 가장 원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하는 기관은 전국에 한 곳 뿐이라 전국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인력 및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신속한 지원을 받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지역에 디지털성범죄대응센터(가칭)를 설립해 디지털성범죄물의 신속 삭제 및 피해자 지원(상담, 수사, 의료, 법률, 보호시설 연계 등), 상시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일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