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부부의 이혼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의 타블로이드지들은 앞다퉈 ‘고어의 혼외정사 때문이다’ ‘티퍼의 지나친 질투심이 화를 불렀다’ ‘고어가 사실은 동성애자였다’는 등 온갖 추측을 쏟아내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에는 한 여성 안마사가 고어로부터 강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나서 고어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던 고어 부부는 종종 클린턴 부부와 비교되곤 했다. 백악관 인턴사원이었던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비롯해 여러 차례 불륜으로 얼룩졌던 클린턴 부부와 달리 고어 부부는 늘 변함없이 애틋한 부부 사이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클린턴 부부가 아직 건재한 데 반해 고어 부부가 돌연 이혼을 발표하고 나섰다.
고어 부부는 친지 및 친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다”고 말하면서 “우리 둘과 가족들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기 바란다.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이메일을 받은 고어 부부의 지인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이혼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고어 부부는 조촐하게나마 결혼 40주년을 기념했고, 지난 4월에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바다가 보이는 빌라 한 채도 새로 구입했다. 때문에 이런 갑작스런 이혼 발표는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고어 부부가 그동안 보여 주었던 애정 어린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후 40년 동안 부부로서 동고동락했던 고어 부부는 온갖 추문과 소문이 난무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기 드문 잉꼬 커플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가 꼭 결혼생활에 독이 되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커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 2000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때 앨 고어 부부는 청중들 앞에서 뜨거운 입맞춤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AP/연합뉴스 |
또한 고어는 “서로 싸우거나 화를 내기도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린 싸우는 일이 드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부부는 아니다.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다. 23년 전에 한 번 싸우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거침없이 애정을 표현하기로 유명했다. 2000년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고어 부부는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열정적이고 격렬한 키스를 나눠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타임>은 “순수하고 정열적인 키스였다. 지금 당장 호텔방으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이 난 듯했다”고 묘사했다.
이렇듯 위기라고는 전혀 몰랐던 고어 부부가 뜬금없이 이혼을 한다니 미국인들이 놀랄 수밖에. 처음 이혼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고어 부부의 이혼이 불륜이나 외도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어의 한 측근은 “정치에서 손을 뗀 후 환경운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바빠진 탓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곧 신빙성을 잃고 말았다. 여러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앞 다퉈 이혼 배경을 캐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것은 <스타>였다.
<스타>에 따르면 고어 부부는 이미 4~5년 전부터 심각하게 사이가 멀어져 있었으며, 티퍼는 항상 고어가 장기간 해외 출장을 나가 있을 때마다 불륜을 저지르진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특히 클린턴이나 존 에드워즈 등 동료 정치인들이 아내를 배신하는 모습을 지척에서 지켜봤던 티퍼는 점차 남편에 대한 믿음을 잃어갔다. 정치인들 주위에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늘 괴로워했다.
이런 까닭에 티퍼는 늘 남편의 불륜 증거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고, 고어가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이혼 직전에도 웨스트 코스트에서 돌아온 고어에게 여행을 가서 무엇을 했으며, 또 누구를 만났는지를 일일이 따져 물었다.
이런 생활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자연히 소원해졌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구체적인 불륜 상대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스타>가 후속 보도를 통해 “고어가 여성 환경운동가인 로리 데이비드와 2년 동안 혼외정사를 벌였다”고 폭로한 것이다. 데이비드는 코미디언이자 시트콤 제작자인 래리 데이비드의 전 부인으로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이사로 일하고 있는 열혈 환경운동가다.
고어와는 2007년 고어에게 노벨평화상과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환경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하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어의 한 측근은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처음에는 친구 사이였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둘이 가까워진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공통 관심사가 아마도 둘을 더욱 가깝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세미나차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연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고, 결국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고어는 데이비드에게 푹 빠져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매우 열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티퍼 역시 오래 전부터 남편과 데이비드의 불륜을 눈치 채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남편의 마음이 이미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남편의 해외 출장을 따라가지 않고 홀로 집에 남아 있곤 했으며, 남편이 데이비드의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용히 한발 물러서 있었다.
이에 고어 부부는 이런 이유로 올해 초 이미 결별에 합의한 상태였으며, 그것이 서로에게 최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고어는 지난해 10월 몬테시토에 9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호가하는 맨션을 단독으로 구입했다. 이 맨션을 구입하는 데 티퍼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맨션의 위치가 데이비드가 살고 있는 LA에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측근들은 고어와 데이비드가 서로의 관계를 공식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고어는 친구들에게 “앞으로 다시는 결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게 아내는 티퍼 한 명이었다”고 말하곤 했다.
▲ 앨 고어의 지구온난화 강의를 담은<불편한 진실>이 지난 2007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당시 앨 고어의 옆에 로리 데이비드의 모습이 보인다. |
한편 <내셔널인콰이어러>는 고어 부부의 이혼 사유가 다른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 없이 항상 남편을 의심해온 티퍼의 질투심과 의부증이 결국 부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티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남편의 불륜을 끊임없이 의심해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환경 고문 역할을 맡았던 캐슬린 맥긴티와 고어의 사이를 의심했는가 하면, 고어가 종종 안마를 받곤 했던 미모의 여자 안마사들을 질투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한 특정 안마사와 고어 사이에 야릇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결국 모든 안마사들을 남자로 바꿀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할리우드의 한 섹시 여배우와 염문설이 피어오르자 고어에게 사실 여부를 추궁했으며, 고어는 그때마다 소문일 뿐이라며 달래기에 바빴다.
또한 이혼 발표를 하기 불과 몇 주 전에도 티퍼는 ‘테네시 타이탄’의 23세 치어리더와 고어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에 발끈하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 아무리 고어가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자 결국 고어는 더 이상 근거 없는 질투심을 견디기 힘들다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티퍼의 이런 경계심이 꼭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어 부부의 이혼은 한 달 만에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어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던 한 여성 안마사(54)가 고어가 자신을 성추행한 적이 있다며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은 지난 2006년 10월, 고어가 <불편한 진실>과 관련된 기후변화 세미나 참석차 포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벌어졌다. 당시 고급 호텔인 ‘루시아’에 ‘스톤’이란 가명으로 투숙했던 고어는 늘 그래왔듯 객실로 안마사를 불렀다.
고어의 호출을 받았던 안마사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방에 들어갔더니 고어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양 팔을 벌리면서 ‘그냥 앨이라고 불러요’라며 나를 맞이했다.”
복부 마시지부터 실시했던 그녀는 얼마 후 고어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더 아래로 내려가’라고 요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평소 성적인 부위와는 거리가 먼 안전한 부분만 마사지를 한다”고 말하면서 “내가 머뭇거리자 고어가 화를 내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내 오른손을 강제로 잡아 자신의 성기에 갖다 댔다”고 말했다.
안마사가 반항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고어는 결국 안마사를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는 애무를 하면서 성관계를 시도했다. 안마사가 손길을 뿌리칠 때마다 고어는 강제로 다시 안마사를 눕히고는 온몸을 더듬으면서 키스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너도 이걸 원하잖아”라고 말했다.
이런 고어의 모습에 대해 안마사는 경찰 조사에서 “마치 발정 난 미친 푸들 같았다”라고 묘사했다. 다행히 성관계가 일어나기 전에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다고 말하는 그녀는 당시 사건 후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현재 이 안마사는 자신의 못 다한 이야기를 100만 달러(약 12억 원)에 팔겠다며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 또한 그날 밤 입었던 팬티도 은행 금고에 증거로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팬티에 결정적 증거인 DNA가 묻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고어가 과연 앞으로 클린턴의 전철을 밟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이런 갖가지 추측과 소문들이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할지, 아니면 고어 부부의 황혼에 그림자를 드리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일을 통해 ‘훌륭한 정치가’와 ‘모범적인 남편’은 과연 병행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미국인들의 뇌리를 스쳤다는 사실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위자료 최고 3000억
백악관을 떠난 후부터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던 고어는 현재 환경운동가로서는 최초로 억만장자 반열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스트셀러 <불편한 진실>과 다큐멘터리의 성공으로 이미 돈방석에 앉은 데다 세계를 돌며 펼치는 기후변화 강연료도 주된 수입원이 됐다.
또한 케이블 방송 및 인터넷 회사인 ‘커렌트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사업가인 동시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애플’사의 스톡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재 ‘구글’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6000만 달러(약 730억 원) 상당의 주식도 갖고 있는 주주다.
실리콘밸리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고어의 자산은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조금 넘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억만장자가 됐다”고 말했다.
고어 부부가 소유한 부동산도 수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이들 부부는 가장 최근에 구입한 남부 캘리포니아의 빌라를 비롯해 버지니아주 앨링턴의 저택, 테네시주 벨레미드의 맨션, 카르타고의 농장, 스미스빌의 선상가옥 등을 보유하고 있다.
4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결혼 생활을 지속했던 티퍼는 최고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의 위자료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