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지선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그의 어머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선의 아버지로부터 “딸과 아내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자택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수사해 왔다.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한 부검 여부도 논의됐으나, 유족들의 뜻에 따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노트 1장 분량의 글이 발견됐다. 박지선의 어머니가 쓴 것으로 파악된 이 글 역시 유족들의 뜻에 따라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지선은 지난해 말 경 부모님 곁을 독립해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다. 평소 민감한 피부로 인해 햇빛과 화장 등 알러지 질환을 앓아왔던 그는 최근 들어 증세가 다소 심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위해 박지선의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와 딸과 함께 생활해 왔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개그우먼 박지선. 현장에는 어머니가 쓴 것으로 파악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소속사 없이 활동한 박지선은 지난달까지도 각종 드라마 제작보고회와 아이돌 팬미팅 행사 등의 진행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다만 지난달 중순부터 건강 악화로 일부 스케줄을 취소했으며, 측근들에게는 작은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까지 회복한 뒤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됐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아프다는 내색을 잘 안 하는 분이었다. 표정이 어두워보여 걱정하면 오히려 더 밝은 말투와 목소리로 답하시던 분”이라며 “박지선 씨와 한 번이라도 일을 하거나 말을 섞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슬픔과 안타까움이 크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박지선의 빈소는 2일 오후 늦게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평소 박지선과 두터운 친분이 있던 안영미, 송은이, 박성광, 유민상, 김신영 등 개그계 선후배 동료들과 배우 박정민, 박보영 등 업계를 막론하고 그와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이 빈소를 찾았다.
빈소 방문에 앞서 SNS에서도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개그맨 김원효는 인스타그램에 “아니길 바랐지만, 우리 지선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게시했다. KBS 출신 개그맨 선배인 정종철, 오지헌, 김시덕 등도 아끼던 후배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동료 개그우먼 김지민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카톡(카카오톡)의 1이 없어지질 않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 아직 이곳에 있다면 이 글 좀 꼭 읽어줘”라는 글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지선이 생전 가장 좋아한 캐릭터로 꼽았던 펭수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지선과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대중들은 박지선의 트위터 계정명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을 따 그를 추모하는 해시태그를 달고 추모 글을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대중들은 고인을 기리며 ‘#멋쟁이희극인박지선’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가 행사 진행을 맡았던 다수의 아이돌 팬덤들이 고인에 대한 감사함과 애도를 함께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박지선과 모친의 발인은 5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벽제승화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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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