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사진=박정훈 기자
적자를 넘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마트는 대규모 투자를 돌파구로 삼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천명하고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신세계가 4조 5700여 억 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 송산면 일대 418만㎡(약 127만 평) 부지에 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놀이기구 중심의 어드벤처월드, 휴양워터파크 어드벤처월드, 쥬라기월드, 브릭&토이킹덤, 4가지 콘셉트의 테마파크와 호텔 및 쇼핑공간을 포함한 체류형 복합시설로 꾸려진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착공해 2026년에 1차 개장을 하고 2030년 완전 오픈한다. 사업 주체는 신세계프라퍼티컨소시엄(컨소시엄)으로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90%, 신세계건설이 지분 10%로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지난 4월 한국수자원공사와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개발사업자 지위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신세계화성’이라는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설립한 별도 법인으로 보인다. 자본금 8억 원에 설립된 신세계화성은 부동산 개발, 백화점 사업, 리조트업, 유원지 및 테마파크업 등을 사업목표로 한다. 신세계화성 대표이사에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가 올랐고, 사내이사와 감사에도 신세계프라퍼티 임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그룹은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협약 체결에 따른 협약이행보증금 600억 원을 증권형태로 납부했다. 신세계 측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협약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600억 원을 실제로 지급한다. 수자원공사 측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인허가 등 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 마련과 수익성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데다 투자금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5조 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지는 화성테마파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그간 진행해온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과 엔터테인먼트 업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에서도 2만 8000여 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화성국제테마파크 부지에 들어서는 6000가구 공동주택 분양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주택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부지조성 및 기반 사업을 맡고, 신세계 측이 시공과 공급을 맡는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사업호재로 이미 화성국제테마파크 인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 진행을 두고 신세계그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화성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수자원공사 캡처
신세계프라퍼티의 기업 규모나 현금창출 능력을 고려했을 때 자본조달 방식에 관심이 모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19년 말 기준 자본금 1218억 원에 6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결국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신세계그룹 지주사격인 이마트의 지원이 절실하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복합쇼핑몰 사업 등을 추진하며 지금까지 이마트로부터 1조 4100억 원을 지원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업 수익성 악화로 신세계그룹이 신사업 진출에 눈을 돌리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업황이 좋지 않고 투자 여력도 마땅치 않은데 수조 원대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든다. 특히 주주 권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2019년 최초로 적자를 낸 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손실 474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19년 정기인사 시기를 앞당기고, 외부 인사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챙겼던 전문점 사업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만물잡화 전문점 삐에로쑈핑이 철수했고, 드럭스토어 부츠도 순차적으로 문을 닫았다.
이마트가 지원해야 할 계열사가 한둘이 아닌 것도 부담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레저산업, 호텔업 등 유통업과 시너지가 큰 사업으로 외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은 부산, 제주 등지로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에도 1000억 원 규모의 신세계조선호텔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계약이행보증금을 납부하고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별도법인 설립이나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