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유가족 측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유정이 지난 2월 20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전 남편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5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범행 도구와 방법을 검색하고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계획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1심, 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유족은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고유정 의붓아들의 친부는 이날 변호사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법원에서 실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바람이 무너져 버린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생의 꽃봉오리도 피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아들이 하늘에서 나마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살인범은 없고 살해당한 사람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종결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친부는 또 “아들의 부검 결과와 현장 사진을 감정한 전문가들은 친부 몸에 눌려 숨질 가능성은 세계적인 사례를 비춰 봐도 극히 낮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법원은 0.00001%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고유정의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고유정의 거짓 진술을 믿고 수사를 진행했던 것이 오늘날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특히 법원은 밀실 살인과 관련한 범죄에서 직접 증거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면 범행 전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까지 고려해야 했지만 전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유정의 의붓아들(당시 4세)은 2019년 3월 충북 청주의 집에서 아버지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던 중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집에 있었던 고유정은 2019년 5월 전 남편 살인사건 이후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받아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