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선교 의원 등을 상대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 수원지법 여주지원 청사.
[일요신문=양평]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선교(60, 여주시·양평군) 의원이 다른 공범들과 재판을 따로 받게 된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병삼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와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 등을 상대로 공판준비기일을 101호 법정에서 열었다.
재판정에는 김 의원의 지역구인 여주와 양평 지역 기자들이 참석해 김 의원에 대한 공판을 지켜봤다. 김 의원 측에서는 변호사 3명 등 변호사 5명이 참석했으며, 검찰은 형사부의 권다송이(여) 검사 등 3명의 검사에게 공판 실무책임을 맡기는 등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검차장 출신인 봉욱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 3명과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 2명, 원길연 변호사 외에 대형 법무법인 세종 윤재윤 변호사(전 춘천지방법원장) 등 6명을 추가로 선임해 총 13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세종 윤재윤 변호사는 김 의원의 2014년 양평군수 선거에서의 선거법위반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김 의원 등 피고인 56명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번 사건 발단의 원인 제공자로 알려진 인물로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이 아무개씨가 참석해 재판을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 재판부, 당선무효와 직접 관련 된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 다른 피고인과 분리 재판 결정
이날 이병삼 부장판사는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을 다음 재판에서 할 것과, 충분한 심리를 위해 피고인들을 분리 재판할 것을 검찰과 변호인 측에 제시한 후, 당선무효와 직접 관련이 있는 김선교 의원과 회계책임자 A씨(여)를 다른 피고인과 분리하여 재판할 것을 결정했다.
공소사실이 일부 중복된 한명현 선거대책본부장과 선거홍보기획단장 B씨, 후원회 회계책임자 C씨 등 3명 역시 분리하여 재판한다. 또, 유세단장 D씨, 운영위원장 E씨, 운영위원 10명, 연설원 2명과 사회자 1명, 운전기사 1명, 선거운동원 35명 등 나머지 51명 역시 분리하여 재판이 진행된다.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에 대한 재판은 오는 11월 19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어지는 공판에서는 불법후원금과 불법 선거비용 사용처에 대해 김 의원이 알았느냐 여부를 두고 검찰과 김 의원 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 검찰이 본 김선교 의원 세부 범죄 사실 다섯 가지
검찰은 앞서 지난 10월 8일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김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김 의원에게 적용한 세부 범죄 사실은 크게 다섯 가지다.
▲ 먼저, 김 의원은 비공식 후원금을 후원회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정치자금영수증도 발행하지 아니한 채 총 66회에 걸쳐 4,771만원을 모금한 후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행위로 정치자금법(정치자금 부정수수)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또, 연간 1억5천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4,848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을 모금하여 정치자금법(후원금 모금한도 초과 모금)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 선거운동원 35명 중 율동운동원 8명에게 일당 4만원씩(13일, 1인당 52만원), 피켓운동원 27명에게는 일당 3만원씩(13일, 1인당 39만원)을 더 주어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 유도 행위)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연설원 2명과 사회자 1명에 대해 법정 수당 외 각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준 것 역시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 유도 행위)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 김 의원은 또 SNS 선거홍보비용 900만원을 지출하는 등 회계책임자가 아님에도 선거비용을 지출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선거사무원 36명에게 지급한 1,508만원과 연설원과 사회자에게 300만원을 지급한 것 역시 정치자금법(회계책임자가 아닌 자의 정치자금·선거비용 지출) 위반으로 보고 있다.
▲ 검찰은또 SNS 선거홍보비용 900만원과 선거사무원 36명에게 지급한 1,508만원, 연설원과 사회자에게 지급한 300만원 등 총 2,708만원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함께 공직선거법(선거비용 초과 지출)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회계책임자 ‘3,058만원 선거비용 누락’ 혐의…300만원 이상 벌금 확정시 김 의원 당선무효
김 의원과 함께 분리재판을 받게 될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A씨(여·48)는 여주시선관위에 회계보고를 제출하면서 3,058만원 상당의 선거비용 지출내역을 누락해 정치자금법 위반(허위 회계보고) 혐의로 김 의원과 함께 기소됐다.
후보자나 회계책임자 등은 공직선거법 122조(선거비용제한액의 공고)에 따라 공고한 선거비용제한액(여주·양평선거구 2억1900만원)의 200분의 1(0.5%, 109만5천원) 이상을 초과하여 지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 본인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회계책임자 A씨가 벌금 3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이 경우 반환·보전받은 기탁금 및 선거비용을 관할 선관위에 반환하여야 한다.
한명현 선거대책본부장과 후원회 회계책임자, 선거홍보기획단장, 유세단장, 운영위원장, 운영위원 10명 등 15명도 정치자금법(정치자금 부정수수)과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 유도 행위)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모두 김 의원과 공모했다는 혐의다.
# 선거운동원 40명, 추징과 함께 벌금 폭탄 예상
법적으로 정해진 수당 외에 39만원과 52만원씩을 각각 더 받은 김 의원 캠프 선거운동원 35명과 각각 100만원씩 받은 연설원 2명과 사회자 1명, 30만원을 받은 운전기사 1명, 200만원을 받은 당 운영위원 1명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매수 및 이해 유도)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 구형 및 선고 형량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35조에 따르면 법에 규정된 수당이나 실비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을 주거나 받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더 받은 돈은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한다.
이처럼 더 받은 돈을 몰수당하거나 추징당하는 한편 벌금 폭탄이 예견되면서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사진 왼쪽)과 한명현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4.15총선 기간 양평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장면.
# 김 의원 “불법 후원금과 선거운동원 법정수당 초과 지급 몰랐다”
검찰은 김 의원이 4.15 총선 기간 중 불법후원금 4,771만원 수령과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수당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등 불법선거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함께 후원금 한도액(1억5천만원) 초과(4,848만원)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불법후원금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역시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수당을 초과하여 지급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 측은 불법 후원금 모금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으며,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수당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등 매수 및 이해유도 행위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맞설 것으로 보여, 이어지는 공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그동안 김 의원은 “후원금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공소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책임을 후원회 회계책임자 C씨 등에게로 돌렸다.
# 김 의원 선거법 위반 전력 부담…2010년 벌금 50만원, 2014년 1심 벌금 90만원·2심·3심 무죄
회계책임자 역시 2004년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80만원 전력…구형과 선고에 영향 미칠 가능성
한편,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양평군수에 재선된 김선교 의원은 당시 군의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3선 군수가 된 김 의원은 이번에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회계책임자 A씨(여) 역시 2004년 8월 수원지법여주지원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죄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처럼 선거법위반 재판 전력이 있는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가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정치자금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자 그 결과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피고인이 “이번 사건이 김 의원과 무관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소문도 떠돌면서 여주와 양평 정가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