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리그 7경기 8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같은 시점에는 2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홀로 펄펄 나는 손흥민
2015년 이적 이후 6시즌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진화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즌 개막 이후 리그 7경기에서 8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 그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자신의 유럽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득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손흥민의 득점포에는 토트넘의 변화가 있다. 토트넘은 그간 팀의 득점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던 해리 케인을 다소 후방에서 활약하게 하고 있다. 케인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득점뿐 아니라 기회를 만드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덕분에 손흥민은 전방에서 더욱 골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같은 토트넘의 변화는 리그 전체에서 손흥민 득점 1위, 케인 도움 1위라는 결과를 낳았다. 또 토트넘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골(18골)을 넣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다만 토트넘은 지난 2일 브라이튼과 경기에서 고전 끝에 2-1 신승을 거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시즌 일정이 뒤엉키며 유럽클럽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경기를 연이어 치르는 등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가 포착됐다. 또 케인 기회 창출-손흥민 득점이라는 공식이 상대에게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향후 토트넘의 대응 방식에 따라 최근의 좋은 흐름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강인은 팀 전력이 극도로 약화되며 불안정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진=발렌시아 페이스북
#‘막장 구단’ 발렌시아의 피해자 이강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이강인은 1군 데뷔 이래 연속적으로 크고 작은 ‘고난’을 겪고 있다. 이번 시즌 전 주전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리그 8경기를 치른 현재 절반인 4경기에만 출전했다. 리그 3라운드에는 단 5분만 뛰었고 6라운드에선 벤치를 지키다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강인의 출전이 들쭉날쭉한 데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구단의 문제가 이유로 꼽힌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1군 데뷔 시즌인 2018-2019시즌 이후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8-2019시즌 리그 4위, 컵대회 우승으로 성공을 거둔 발렌시아는 다음 시즌 초반 갑작스레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을 경질했다. 피터 림 회장 등 구단 수뇌부와 갈등이 이유였다. 후임자 알베르트 셀라데스는 분위기 수습에 실패했다. 그는 2019-2020시즌을 채우지 못했고, 발렌시아는 한 시즌에 두 번의 감독 경질을 선택했다.
2020-2021시즌에 앞서 발렌시아는 하비 그라시아 감독에 지휘봉을 맡겼다. 말라가(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 등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이번 시즌, 그라시아와 구단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구단은 이번 시즌에 돌입하기에 앞서 주요 선수들을 대거 팔아버렸다. 로드리고(리즈), 페란 토레스(맨시티), 프란시스 코클랭(비야레알), 다니 파레호(비야레알) 등은 모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던 이들이다. 설상가상 제프리 콘도그비아(AT마드리드)마저 지난 3일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대체 선수 영입은 단 1명도 없었다. 2군 유망주, 또는 타구단 임대가 종료된 선수들이 새롭게 팀에 합류했다. 선수 판매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구단은 영입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발렌시아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려 한 것으로 보였다.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는 2도움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팀의 전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수비 우선 모드로 변했다. 먼저 단단한 수비를 구축한 이후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쳐야 할 수밖에 없어 이강인의 출전은 뒷전이 됐다. 다만 이강인 개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짧은 시간을 출전하고 있지만 도움 3개를 만들었다. 도움 3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내 공동 2위 기록이다. 이외에도 89.8%의 높은 패스 성공률, 경기당 1.9개의 키패스를 기록 중이다.
황희찬은 리그 4경기에 교체로만 나서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RB 라이프치히 페이스북
황희찬은 지난 시즌 축구팬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든 해외파 선수 중 한 명이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활약하던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에서 깜짝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인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를 상대로도 자신감 있는 돌파 이후 골을 넣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은 곧 이적으로 이어졌다. 행선지는 유럽 내 ‘신흥강호’로 떠오른 독일 분데스리가의 RB 라이프치히였다.
최선으로 보였다. 같은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축구 철학도 비슷한 형태를 공유하고 있다. 황희찬의 이적에 앞서 마침 팀의 공격진에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팀 내 공격을 이끌던 티모 베르너가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며 황희찬이 공백을 메운 것이다. 둘은 플레이 성향도 닮아 황희찬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황희찬은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가 치른 10경기에서 단 1경기에만 선발 풀타임으로 나섰다. 그마저도 독일 내 컵대회였다. 리그 6경기 중 4경기에만 교체로 출전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선 3경기 중 1경기에만 나섰다.
아직 실패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 ‘전술 천재’로 불리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황희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적 불발된 이재성, ‘골 가뭄’ 황의조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홀슈타인 킬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재성은 당초 예상과 달리 빅리그 이적이 불발됐다. 실제 잉글랜드, 독일 상위리그 구단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킬에 남았다. 1992년생, 만 28세.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지난 2시즌간 이재성은 킬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데뷔 시즌 5골 9도움, 2년차 9골 7도움으로 준수한 기록도 남겼다. 기존 목표였던 킬의 승격에는 연이어 실패했지만 독일 2부리그 무대가 좁은 듯 보였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빅리그 이적에는 실패했다. 킬과 계약 당시 ‘빅리그 이적 돕겠다’던 단장은 팀을 떠나고 없다. 우버 슈퇴버 현 단장은 이재성의 이적 문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승격을 위해 이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성의 계약 기간은 올 시즌 종료된다. 시즌이 끝나면 자유의 몸(FA)이 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다른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19-2020시즌 유럽 무대에 첫선을 보인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는 이번 시즌에도 팀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공격포인트를 좀처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황의조는 올 시즌 리그 9경기에 나서 도움 1개만 기록했다. 중앙과 좌우를 가리지 않고 배치되고 있지만 골 사냥에 실패하고 있다.
황의조는 지난 시즌 데뷔 3경기 만에 첫 득점에 성공, 리그 24경기 6골 2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올 시즌 나선 9경기 중 2경기에는 교체로 나섰으며 나머지 7경기에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팀 내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