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가수 지망생인 송 아무개 씨(여·27)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루엣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가수 지망생인 송 아무개 씨(여·27)가 지난 4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평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밴드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의 부친은 MBC 인터뷰에서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때문에 딸이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부친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딸이 생전에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술에 약을 탔다” “나한테 더 못할 짓 한 걸 뒤늦게 알았다. 아무 것도 못하겠고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등 지인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사망 두 달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결국 송 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송 씨는 이런 고민을 지인들에게 털어 놓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MBC 인터뷰에서 고인의 지인은 “양주 한 모금 정도 마셨는데 거품을 물고 자기가 쓰러졌다는 거예요. 자기가 기억을 잃고 침대에 옷을, 나체 상태로 누워있었고, 동영상을 찍었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라며 “동영상을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항의해) 컴퓨터랑 그 사람이 휴대전화에 있는 거를 다 삭제했다고 그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딸 휴대전화에서 “술에 약을 탔다” “나한테 더 못할 짓 한 걸 뒤늦게 알았다” 등의 메시지를 발견한 송 씨의 아버지는 5월 딸의 전 남자친구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사건은 현재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부친 등 유족이 지난 5월 고발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유명 가수이자 작곡가인 A 씨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과 강간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고인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고 성폭행한 혐의다. 현재 수사는 A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A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확보,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이 진행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A 씨의 피의자 소환 조사도 11월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반면 A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MBC 측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기억하는 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기록 상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A 씨는 입건된 상태일 뿐이다. ‘입건’은 경찰이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사 대상자는 피의자 신분이 된다. 이후 경찰 수사가 끝나면 검찰로 사건 송치가 이뤄지는데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기소 의견’을 밝힌다. 이후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기소가 이뤄지면 검찰 수사 결과가 ‘혐의가 있다’는 방향으로 나왔다는 의미다. 이후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한다. 따라서 A 씨가 입건됐다는 것은 이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의미 정도다.
A 씨는 MBC 측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기억하는 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기록 상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관건은 성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 가운데 하나인 ‘피해자 진술’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결국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법원의 양형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핵심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확보할 수 없어 수사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당시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피해를 호소한 부분에 대한 지인들의 참고인 조사 내용이 중요하고 당시 휴대폰 메시지 대화 내용도 어느 정도 피해자 진술을 갈음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직접 진술보다는 증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경찰 역시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직접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입건된 혐의 가운데 하나인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은 고인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지인은 당시 고인에게 ‘A 씨가 동영상을 보냈다’는 얘기와 ‘A 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있는 거를 모두 삭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디지털포렌식 등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통해 문제의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확보될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기록 상 그런 일은 없었다’는 A 씨의 입장은 경찰에 압수된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관련 동영상 등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에는 휴대폰이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교체 시점도 따져봐야 한다”라며 “피해자가 4월에 사망했고 5월에 고발이 이뤄졌는데 유의미한 시점에 기기 교체가 이뤄졌다면 이 부분도 경찰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