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한국시리즈에서 현대 전준호의 홈스틸은 지금도 회자되는 포스트시즌 명장면이다. 사진=연합뉴스
그중에서도 백미는 홈스틸이다. 상대 안방마님이 버티고 있는 적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작전과 수행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는 더욱 위험 부담이 크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밖에 안 나왔을 정도로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
역대 최고의 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박경완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1998년 10월 27일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뜻밖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3-0으로 앞선 채 쐐기 득점을 노리던 현대는 4회말 2사 1·3루에서 딜레이드 더블스틸을 시도했다. 1루 주자가 먼저 스타트를 끊어 공이 2루로 향하는 사이 3루 주자가 기습적으로 홈을 노리는 작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LG 포수 김동수는 1루 주자가 달려가는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 틈에 3루에 있던 박경완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발이 빠르지 않았던 박경완의 홈스틸 시도는 3루 주자를 경계하지 않았던 LG의 허를 완벽하게 찔렀다. 작전 대성공. 다만 김동수의 2루 송구가 빗나가는 바람에 이 득점은 홈스틸이 아닌 상대 실책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됐다.
정식으로 기록된 역대 최초의 포스트시즌 홈스틸은 SK 와이번스 김민재가 2003년 KIA 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 1회에 성공시켰다. 2사 2·3루에서 KIA 선발 김진우가 2루로 견제구를 던지는 사이 기습적으로 홈에 파고들었다. 첫 판의 첫 이닝에 선취점을 만들어내는 귀중한 기록. 확실한 기선 제압이었다.
통산 최다 도루 선수인 현대 전준호는 이듬해인 2004년 10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7차전 1회말에 역대 두 번째이자 한국시리즈 첫 홈스틸 기록을 썼다. 그해 50도루를 돌파해 도루왕에 올랐던 전준호는 1사 1·3루서 상대 투수 전병호가 1루 견제구를 던지는 틈을 타 홈으로 몸을 날렸다. 역대 포스트시즌의 명장면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홈스틸이었다. 이 경기가 끝내 무승부로 마무리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