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10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정 의원이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마친뒤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은 10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결정된 일이다. 검찰은 9월 28일 정 의원에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관련기사 민주당 읍참마속? ‘정정순 체포동의안’ 처리 셈법).
정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본회의엔 국민의힘이 불참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넘긴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186명이 이날 본회의에서 정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167표, 반대 1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가결이었다. 2015년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후 5년 만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다. 역대 14번째 사례다.
10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정 의원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당 윤리감찰단 직권조사 및 징계, 국회 차원 체포동의안 찬성이 뒤따를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나흘 뒤인 10월 27일 정 의원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내가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치도록 했다”면서 “체포 동의 요구서 뒤에 숨어 침묵하고 있는 검찰의 도덕 없는 행동은 이미 정치에 들어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국회를 기만하는 오만, 한 인간의 인격을 말살하는 권력 행사에 대해 대한민국 300명 동료 의원을 대신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검찰 출석 의향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이낙연 당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부당성을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태년 원내대표는 10월 27일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보호를 위해 방탄국회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면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 방침은 여당 의원들의 표심으로 이어졌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은 무난하게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정치권에선 21대 국회에선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방탄 두께가 예전처럼 두껍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정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로 본보기를 보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불체포특권에 기댈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10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발언을 하는 정정순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한 충북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원 수사 과정에서 이미 ‘스모킹 건’이라고 볼 수 있는 자료들을 검찰이 수집한 상태였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정 의원을 감쌌을 때 정치적 리스크가 훨씬 큰 흐름으로 상황이 전개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정 의원의 혐의가 대부분 구체화된 상황이어서 민주당이 소속 의원을 감쌀 명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여야 할 것 없이 정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이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면서 “향후 어떤 논란이 불거지든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내세우며 검찰 조사에 불응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10월 15일)를 앞두고 기소된 국회의원은 총 27명이다. 소속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이 9명으로 뒤를 이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엔 기소된 의원이 1명씩 있었다. 나머지 5명은 무소속이다. 이미 기소된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1차 검찰 수사를 받은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관련 추가적인 체포동의안 상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논란에 휩싸인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관련 각종 논란의 당사자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이 의원은 전주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박 의원은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