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야구 해설위원들은 플레이오프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이순철(SBS), 장성호(KBSN) 해설위원은 두산 승을, 허구연(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이 처음 2연승을 이어간다는 전제로 두산 우세를 점쳤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가을 DNA’를 증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순철 “6 대 4로 두산이 우위”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을 예측하고 예상하는 건 어렵다. 내 별명이 ‘순펠레’라는 걸 기억하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두산이 KT에 6 대 4로 우위에 있다고 본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경험이나 선발 투수들이 KT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두산은 크리스 플렉센이 살아나면서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루게 됐다. 선발 투수를 비교했을 때 KT가 두산을 압도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불펜도 KT는 주권 외에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홍건희가 건재하고 이승진, 박치국, 함덕주 등 뒤를 받쳐줄 만한 투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조건으로 본다면 두산이 KT보다 우위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차전에 등판한 플렉센은 6이닝 무실점 11탈삼진으로 LG 트윈스 타선을 압도했고, 2차전에 나선 알칸타라는 목에 담 증세를 보이며 4⅓이닝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의 위력은 여전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타선이 ‘홈런왕’ 로하스가 건재한 KT가 월등해 보일지는 몰라도 두산의 1번부터 9번의 타선이 KT한테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페넌트레이스랑 포스트시즌은 경기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봐도 두산의 도루 3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구는 흐름을 가져와야 한다. 그걸 김태형 감독은 기가 막히게 풀어가고 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김 감독은 ‘가을야구’에서는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선취점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와 다르고 타자들이 긴장해서 점수가 안날 때도 있는 만큼 타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 놓는 게 중요하다.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면 작전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KT 위즈가 두산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순철 해설위원은 “로하스를 앞세워 다득점을 만들어 가면 KT한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매 경기에서 5점 이상의 득점을 이루면 두산이 그걸 따라잡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KT는 로하스를 비롯해 강백호, 황재균 등의 방망이가 폭발해줘야 한다. 다득점을 내지 못한다면 두산한테 쉽게 공략 당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런 부분도 감안해서 준비해 나올 것이다.”
#허구연 “두산이 2연승을 이뤄야 유리”
허구연 해설위원도 플렉센과 알칸타라가 포진해 있는 두산의 선발진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선발 투수는 확실히 두산의 원투펀치가 강력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펜은 주권, 김재윤, 하준호가 있는 KT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두산이 2승을 먼저 챙기지 못하고, KT가 1승 1패로 3차전을 맞이한다면 3차전부터는 양 팀 선발투수들의 실력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황재균, 박경수, 유한준, 로하스가 버티는 KT한테 승산이 있다고 본다. 두산이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면 무조건 2승을 먼저 챙겨야 한다.”
허 위원은 두산에서 코치를 역임한 이강철 감독이 두산의 투수 운영과 선수들의 장단점 관련해서 더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이전 KT에서 뛴 선수라 이강철 감독이 알칸타라의 슬라이더 스텝이나 퀵모션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두산도 KT 선수들에 대한 모든 분석을 해냈겠지만 두산에서 생활한 이강철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건 김태형 감독이 갖지 못한 큰 강점이다.”
허 위원은 두산이 KT를 잡으려면 로하스, 강백호의 방망이 화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백호는 분명 두산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이다. 강백호가 얼마나 슬기롭게 그런 상황을 극복해내는지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양 팀의 포수 대결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의 박세혁은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다. 투수를 리드하는 힘은 리그 톱 클래스다. 반면에 KT 장성우는 한국시리즈와 같은 빅게임 경험이 없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게임 플랜은 차이가 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변화를 주는 등 대처를 잘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김태형 감독이 선취점을 중요시 하는 건 두산의 ‘발야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허 위원은 “두산 선수들 중에서 발이 느린 선수가 거의 없다”면서 “메이저리그와 비유해서 두산은 베이스 러닝과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탬파베이 레이스랑 비슷한 유형의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장점은 추가 진루율이다. 1루로 출루했을 때 2,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오는데 단순히 볼넷이나 안타로 추가 진루를 하는 게 아니라 빠른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게 두산의 야구다. 두산의 ‘발야구’는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 단기전의 속성상 발이 빠른 선수들이 많다는 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한다.”
허 위원은 포스트시즌 경험과 감독의 운영 능력, 선수들이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은 두산이 앞서지만 올 시즌 노련한 운영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오른 이강철 감독이 단기전을 풀어가는 모습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두산의 빠른 발을 장점으로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장성호 “3-0으로 두산 승”
장성호 해설위원은 5차전까지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3-0으로 KT를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두산의 흐름이 아주 좋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온 플렉센이 4일 쉬고 1차전에 나선다면 2차전 알칸타라와 3차전까지 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1차전 선발로 소형준을 내세울 것 같다. 소형준이 1차전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이후 경기에서 KT는 큰 어려움에 빠질 것 같다.”
장 위원은 선발로 나서는 양 팀의 외국인 선수들 중 KT 선수들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소형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인임에도 신인답지 않은 경기 운영을 해 보여 1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 위원은 정규시즌에서 KT가 두산에 9승 7패로 앞서 있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포스트시즌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전 정규시즌 때 두산 선수들 말로는 이상하게 KT만 만나면 꼬인다고 하더라. 그러나 그건 정규시즌 이야기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이는 두산 선수들의 집중력은 실로 엄청나다. KT 입장에서는 두산 선수들의 기에 눌릴 수도 있을 것이다. KT는 이 부분을 미리 대비하고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두산이 KT보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장 위원은 한참 고민하다가 단기전은 선발 싸움이기 때문에 강력한 원투펀치가 존재하는 두산의 부족한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타격은 두 팀 다 장점이 있다. 아무리 KT에 로하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두산의 타선도 막강하다. 불펜도 KT에 주권이 있기는 하지만 이후 투수들을 비교하면 두산이 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흐름을 타서 플레이오프에 오른 두산의 상승세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