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입원 환자의 모습.
[부산=일요신문] 5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어머니가 노환으로 입원해 있는 한 요양병원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사진 몇 장을 전달받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가 병실에서 개를 쓰다듬고 있는 게 아닌가.
감염 등이 걱정스러워 곧바로 전화로 “병실에다 개를 키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더니, ‘실물처럼 생긴 인형’이라고 했고,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가족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우울해하는 환자들을 위한 병원 측의 작은 배려라고 했다.
정년퇴직 이후 경남의 농촌도시로 귀촌한 60대 중반의 전직교장 B씨도 며칠 전 요양병원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병원 측은 현재 입원중인 B씨 어머니의 사진 대여섯 장을 함께 올리면서 ‘식사량은 많지 않지만, 간식 잘 챙겨 드시고, 표정도 밝으십니다’는 근황을 소개했다.
코로나 19 탓에 요양시설에 대한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입원환자의 면회가 제한되거나 금지됐다. 3월 처음 면회금지 조치엔 환자나 보호자들도 한두 달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반년 넘게 지속되고, 최근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코로나 19의 재 확산에 따른 전면적인 면회금지령이 내려지면서 환자들은 갑갑하다 못해 우울증마저 호소한다.
부산 서면 도심에 위치한 온요양병원(병원장 김동헌)은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대비해 환자들의 마음 추스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3년 전 개원하면서 서비스 시작한 ‘안심샷’ 프로그램을 올해 초 코로나와 함께 활성화하면서 환자의 근황 사진을 보내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환자와 보호자간 영상통화를 연결하기도 한다. 대개 환자들이 고령이어서 청력과 인지 기능이 한참 떨어져 소통하기 쉽지 않지만 수화기 너머 그리운 얼굴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
온요양병원은 지난 10월 반려견(?) 두 마리를 아예 병동에 풀어놨다. 이들에게 ‘온달이’와 ‘평강이’라는 귀여운 이름까지 붙였다. ‘온달이’와 ‘평강이’라는 반려견의 이름은 개원 초기 온요양병원과 같은 계열사인 온종합병원의 마스코트가 ‘온달의’와 ‘평강공주’였던 데서 따왔다.
층을 달리하는 병동마다 나들이하듯, 돌아다니는 반려견들은 어느새 어르신 환자들의 말벗이 되고 의지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어르신들은 ‘온달이’나 ‘평강이’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거나, 털을 쓰다듬고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을 보지 못해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고 있다.
추억의 박물관 전시품.
이에 앞서 온요양병원은 지난 2019년 1월 노인 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회상 치료를 목적으로 추억의 옛 물건들을 수집해 전시한 ‘추억의 박물관’을 설치해 환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곰방대, 화로, 콩나물시루,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 재봉틀 등 추억의 물건들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그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화를 나누는 모습이 병동 복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온요양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최근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고령의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이 오랫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갑갑해하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비록 짖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지만, 어르신환자들에겐 ‘온달이’나 ‘평강이’와 소통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온달이’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작은 치유가 이뤄지는 듯해서 고맙기조차 하다. 앞으로도 고령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 되는 갖가지 프로그램들을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