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수 홍진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차갑다. 여러 해명 끝에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진=홍진영 인스타그램 캡처
#홍진영 논란의 본질은 ‘아빠 찬스’?
11월 5일 국민일보는 홍진영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논문을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로 검사한 결과 표절률 74퍼센트(%)에 이른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홍진영은 논문 심사를 맡았던 교수의 의견을 전달한다며 “해당 교수님에 따르면 홍진영이 석사 논문 심사를 받았던 때는 2009년의 일로, 당시 논문 심사에서는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등 주석을 많이 다는 것이 추세였고 많은 인용이 있어야 논문 심사 통과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며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심사 교수님의 의견을 전달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홍진영이 재학했던 조선대 무역학과에서 그를 가르쳤다는 교수가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해당 논문의 표절률이 74%가 아닌 99.9%”라고 양심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홍진영의 아버지인 홍금우 교수가 거론됐다. 홍 교수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명예교수다. 앞서 홍진영의 표절 의혹에 무게를 실은 교수는 홍진영이 재학 당시 학교에 성실하게 다니지 않았고, 홍진영의 부친이 같은 학교 교수라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몇몇 정치인이 연루돼 공분을 일으킨 ‘아빠 찬스’ 혹은 ‘엄마 찬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거 홍진영이 학위 취득 직후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부양시켰던 터라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홍진영은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과한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입장을 내며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홍진영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이 또한 도마에 올랐다. 표절이 의심된다면, ‘학위 반납’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학위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11월 8일에는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교육부에 홍진영 석·박사 논문 관련 감사청구서를 제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조선대학교 측은 11월 9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학위 취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홍진영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왜 연예인들이 학위를 취득하려 하나
학업이 연예 활동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학업에 뜻을 둔 몇몇 연예인들이 진지한 공부를 통해 논문을 쓰고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공부를 업(業)으로 삼지 않는 연예인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지나칠 정도로 높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군 입대 연기 목적이 가장 크다. 한창 활동할 시기인 20대 시절, 병역을 미룰 수 있는 가장 손쉽고 대중의 저항이 적은 방법은 ‘학업’이다. 그래서 적잖은 연예인들이 본업과 연관된 연극영화과가 아닌 일반학과를 전공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으로 군 입대를 미룰 수 있는 나이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곧바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곤 한다. 대학원생이 되면 재차 입대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기사는 나와도, 그들이 졸업 후 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입대해 군역을 마친 뒤에는 복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성 연예인들은 군 입대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는 지적 갈증을 채우기 위한 도전인 경우가 많다. 연예 활동으로 공부할 때를 놓친 것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가 오히려 독이 돼 남들보다 쉽게 학위를 취득하게 된 과정이 뒤늦게 드러나 탈이 나곤 한다.
김혜수는 지난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가 2013년 표절 논란에 휘말리자 이를 반납하고 고개 숙였다. 김미화 역시 201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 학위 논문 ‘연예인 평판이 방송 연출자의 진행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일부 표절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논란에 대응하는 두 사람의 자세를 보면 홍진영이 호된 질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당시 김혜수는 드라마 ‘직장의 신’ 촬영 중이었는데, 하차의 뜻을 밝혔다가 주변의 만류로 작품을 마쳤다. 주연 배우인 그가 빠질 경우 드라마에 관계된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혜수는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가 시작되기 전 먼저 취재진 앞에 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깊이 고개 숙였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던 김미화는 “논란에 책임지겠다”며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홍진영은 사과와는 별개로 연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 무대에 오르고 SBS ‘미운우리새끼’에도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는 홍진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