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비망록상 특별감찰관 후보자 명단. 사진=김영한 비망록 갈무리
추 장관은 사법연수원 22기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전현정 변호사를 추천했다. 조 처장은 검사 출신 최운식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를 추천했다. 검사 출신 한명관 변호사(15기),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16기),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21기)은 이찬희 회장 추천을 받았다.
민주당은 판사 출신인 24기 전종민 변호사와 권동주 변호사(26기)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15기 석동현 전 동부지검장 17기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손기호 전 고양지청장 18기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4명의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이찬희 회장이 추천한 한명관 변호사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고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일지가 담긴 비망록에도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 1일자에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공유한 정보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양창수 전 대법관 후임 찾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황 전 법무부 장관이 사법연수원 16기와 17기 출신 등 후보자 15명의 수락 여부와 세간의 평가가 담긴 세평을 김영한 민정수석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법연수원 16~17기의 현직 검사들이 기록돼 있었다. 16기 중에선 국민수 당시 서울고검 검사장과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김현웅 당시 법무부 차관, 이득홍 당시 법무연수원장, 임정혁 당시 대검 차장검사가 물망에 올랐다. 김영한 전 수석은 이들 5명을 다 검토했지만 할 사람이 없다고 썼다.
국민수 전 검사장에 대해선 “직전까지 공직 복무. 사직, 가족”이라 적었고 김수남 전 검사장은 ‘보직상’ 어렵다고 했다. 김현웅 전 차관에 대해선 “광주일고 출신이 2명이라 불가. 포기 결론”이라고 돼 있었고 이득홍 전 법무연수원장은 “본인이 거부했다”고 적었다. 임정혁 전 대검차장에 대해선 “본인이 미약하게나마 호응 의사가 있지만 내부 평가가 좋지 않아 종합 평가 곤란”이란 평이 붙었다.
17기에선 김경수 당시 부산고검 검사장과 김희관 당시 대전고검 검사장, 박성재 당시 대구고검 검사장, 조성욱 당시 광주고검 검사장 등 검사장 4명이 꼽혔다. 이번에 공수처장 후보로도 오른 김경수 전 검사장에 대해선 ‘조직 명령이라고 하면 대신 보상 요망’이란 문장과 함께 ‘재산 70억 원에서 문제 제기 가능성, 연립주택 임대’란 메모가 함께했다. 이어 ‘재산, 부인 병원 시비 소지 다분’이란 문장도 덧붙었다.
김희관 전 검사장은 본인이 못하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나타났다. 부인과 경제 형편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6년은 인내 곤란’하단 이야기도 적혔다. 일단 고사했지만 설득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다. 김희관 전 검사장과 김경수 전 검사장에 대해선 ‘명령이라며 강한 종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장도 담겼다.
박성재 전 검사장에 대해선 역량 부족을 이유로 본인이 고사했으며 완강했다는 이야기가 적혔다. 조성욱 전 검사장은 청와대 근무 전력과 부산경남 출신이란 메모가 이어졌다. 열거된 17기 출신은 이번 아니면 교수와 변호사의 길밖에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영한 비망록엔 당시 검사복을 벗고 있었던 길태기 법무법인 광장 대표 변호사(15기),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15기), 박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13기), 소병철 민주당 의원(15기), 차동민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 변호사(13기),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6명도 이름이 올랐다. 이 중 한명관 변호사는 김경수 전 고검장과 함께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올랐다.
한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2014년 6월부터 근무하던 중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지시한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등 항명 파동을 일으킨 뒤 2015년 1월 그만뒀다. 이후 간암으로 2016년 8월 21일 사망했다. 그때 발견된 민정수석 시절 업무 수첩이 ‘김영한 비망록’으로 불리게 됐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방해 및 여론조작과 유가족 폄훼 공작 등의 내용이 포함돼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었다. 또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내사 등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각종 공안탄압 및 공작정치 의혹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