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메가밀리언의 당첨번호가 공개됐다. 사진=‘메가밀리언’ 홈페이지
‘23, 45, 53, 58, 62, 13’ 미국판 로또 메가밀리언의 11월 둘째 주 1억 6500만 달러(약 1835억 원)를 받을 행운의 주인공이 발표됐다. 지난 6월 당첨자의 상금은 무려 4억 1400만 달러(약 4605억 원)였다. 이처럼 메가밀리언과 슈퍼볼 등 미국 복권의 상금이 적게는 10억 원부터 많게는 1조 원을 넘기다보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해외 복권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원래 메가밀리언과 슈퍼볼 등의 미국 복권은 현지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해외 복권은 대개 편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편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원하는 번호를 보내면 우편으로 복권을 전달받는 방식이 유행했으나 최근에는 구매대행업체 또는 무인안내기 등의 장비를 통해 온라인으로 해외 복권을 구매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해외 복권을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떠안는 위험부담이다. 대행업체가 돈을 받은 뒤 구매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는 물론, 천문학적 확률로 당첨되더라도 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식적인 구매자는 한국에서 구매를 의뢰한 개인이 아니라 대행업체가 되기 때문에 ‘먹튀’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운영 중인 대행업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안전성을 자부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입증할 길은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구매대행을 통해 메가밀리언 등 미국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사례가 없는 까닭이다.
A 구매대행 업체의 경우, 주문자들의 번호를 전달받아 미국 현지에서 복권을 구매한 뒤 이를 이미지 파일로 전달해 구매를 입증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전화나 우편을 통한 해외 판매 또는 복권 구매는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복권의 해외 판매 홍보는 대부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약속된 복권을 사지 않고 고객의 은행 계좌번호를 사용하여 무단 인출 하거나 신용카드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다른 B 업체는 미국의 온라인 복권 구매를 대행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이 업체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온라인 복권을 구매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온라인 복권을 판매하는 주는 노스 다코타, 노스 캐롤리나, 뉴욕, 뉴 햄프셔, 일리노이, 조지아,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등 8개 주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당 지역 거주자만이 온라인 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국내서도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미국판 로또의 주인공이 되려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조언했다. 사진=‘메가밀리언’ 홈페이지
물론 미국 복권을 자국민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도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나 이는 미국을 방문해 직접 구매를 한 경우로 제한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신분으로는 미국 온라인 복권 구매가 불가능하다.
대신 복권을 구매해준다고 한 뒤 수수료 혹은 복권 구매대금을 빼돌리는 일은 가장 흔히 벌어지는 사기 수법이다. 2018년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외 복권을 대신 사준다고 속여 수백억 원대 구매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김 아무개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김 씨가 온라인 해외 복권 구매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챙긴 대행금은 430억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실제로 복권을 구매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가 구매대금을 가로채거나 당첨금을 가로챘을 때에는 편법 운영이었다 하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복권위원회 고문 출신의 법무법인 지평 소속 박영주 변호사는 “구매대금을 가로챈 경우에는 지불한 금액만큼을 피해액으로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 당첨금을 가로챈 경우는 구입자의 명의에 따라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지만 당첨금을 지급하기로 약정을 어긴 것이므로 사기죄에 해당할 것”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다른 복권발행 국가에서 거주자에 대하여만 복권을 판매하는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는 실제로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하더라도, 발행기관에서 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메가밀리언’ 운영회사도 당사자가 직접 사지 않은 형태의 복권 구매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하고 있다.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속인 뒤 당첨금 지급을 위한 수수료를 빼돌리는 형태의 사기가 미국 현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까닭이다. 11월 10일 ‘메가밀리언’이 밝힌 수법에 따르면 사기 업체는 메가밀리언의 공식 메일과 로고 등을 사용하며 스스로를 “메가밀리언과 제휴한 국제 공식 복권업체”라고 홍보 한 뒤 구매를 유도하거나 “무작위 추첨을 통해 상금에 당첨되었으니 수수료를 입금하라”고 종용한다.
이에 대해 ‘메가밀리언’은 “미국 외 지역의 국제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금도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메가밀리언 복권은 미국에서만 판매 된다”고 덧붙였다. 메가밀리언뿐만 아니라 슈퍼볼 등의 복권도 미국 내 체류자가 구매한 경우만 당첨으로 인정된다.
이처럼 편법을 통한 해외 복권 구매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해외 복권 구입과 관련된 국내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형법 제248조에 의거해 발행승인을 받지 않은 복권을 발매한 이와 이를 중개한 이 모두 처벌을 받는다. 온라인복권 구매 대행 역시 불가능한데 복권법 제 6조 4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영리 목적으로 최종 구매자를 위하여 온라인복권 구매를 대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알려드립니다] <수천억 당첨돼도 한푼도 못줘! 미국 복권 구매대행 주의보> 관련 본 신문은 2020년 11월 11일자 <수천억 당첨돼도 한푼도 못줘! 미국 복권 구매대행 주의보> 제하의 기사에서 ‘메가밀리언’ 등 미국 복권을 대행하여 구매할 경우 당첨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무인안내기 제작 업체 측에서 “당사의 기기를 통한 구매대행 사업의 적법성을 국내외 로펌으로부터 검토 받은 바 있고, 보도에 명시된 사기 사례와 당사의 서비스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와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