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미 측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며 “A 씨가 오피스텔에 와서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며 잠자리 등을 요구해 기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추가 입장을 밝히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서 “빌린 500만 원도 11월 이후 변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했고, 잠자리 요구나 만나자고 하는 것이 무서워 연락을 피한 것이지 사기를 치거나 악의적으로 ‘잠수’를 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진실공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혜미의 추가 입장이 나온 상황에서 그녀를 고소한 A 씨에게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추가 입장 표명에 대한 반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초 둘이 만난 과정에 대해 말이 엇갈리고 있다. A 씨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만났다고 했는데 혜미 측은 ‘아프리카 BJ로 활동하던 기간 수도 없이 별풍선을 제공해 고마운 마음에 만남을 가졌던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방송할 때 처음 보게 됐고 별풍선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다. 표현처럼 수도 없이는 아니고 약 두 달 동안 600만 원 정도 보냈다. 아프리카는 큰손이 많아 소위 ‘회장님’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다. 별풍선 보내는 ‘호구’로 만들고 싶은 것 같은데 별풍선 보낸 액수는 편취 금액에 넣지도 않았다. 처음 연락하게 된 과정은 인스타그램 메시지였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연락처를 물어봤다. 처음 BJ로 볼 때는 연예인인 줄도 몰랐다. DM으로 연락하고 만난 다음에야 라니아라는 그룹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1년 반 이상 같이 다녔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라니아라는 그룹을 어떻게 아나.”
―돈을 줬다가 돌려달라고 한 이유는 뭔가.
“최초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한 뒤 만나게 됐고 1주일에 두세 번 만날 정도로 가까워졌다. 어머니 관련 일로 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보내주게 됐다. 그 이후 밥값이나 생활비를 5만 원, 10만 원씩 보내주고 은행 송금을 못하게 되는 일이 있어 카드도 주게 됐다. 이후 회사가 연습실을 옮긴다고 해 근처 오피스텔을 구해다 줬다. 그렇게 쌓인 돈이 약 5000만 원이다. 이성적 호감도 있었지만 혜미가 가수로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돈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유흥에 탕진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빌려줬고, 가수로서 성공한 뒤 갚으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고 음주가 잦아져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지난 4월 혜미와 A 씨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 A 씨는 채무 조건으로 술 문제가 없기로 했는데 약속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사진=A 씨 제공
―혜미가 오피스텔을 남자들과의 비밀 데이트 장소로 이용했다고 말한 A 씨 표현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내가 돈을 빌려준 조건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인데 오피스텔에서 문제가 발생해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카카오톡 대화내용 증거도 있다. 진흙탕 싸움을 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공개하겠다.”
―A 씨는 일반 직장인이다. 5000만 원은 무리한 액수 아닌가.
“연예인인 것을 알게 됐고 혜미 본인이 ‘연예인이 설마 떼먹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이 갚겠다고 했고 ‘아직 젊은데 그 돈 못 갚을까’ 싶었던 것도 있다. 외모도 예쁘고 아이돌로서 재능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 때문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혜미 측은 돈을 빌려준 게 아니라 대부분 A 씨 본인이 자발적으로 제공했다고 했다.
“5만 원, 10만 원 보내달라고 할 때마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다. 자발적으로 제공한 게 아니다. 말했듯 편취액에 별풍선으로 보냈던 내역은 들어 있지도 않다. 빌려달라고 한 액수만 넣었을 뿐이다. 연인관계도 아니었고 나에게 남자로서 호감도 없는데 증여라고 판단하는 건 착각일 뿐이다.”
2019년 4월 카카오톡에서 혜미는 “돈을 빌려도 될까. 갚는 건 2년 뒤쯤으로 하고”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A 씨 제공
―고소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
“지난 5월 관계가 틀어지면서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 돈을 돌려달라’고 최후 통보를 하고 방을 빼라고 한 뒤 500만 원이라도 당장 변제하라고 했다. 6월 초에 다시 채무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다. 지난 6월 7일 혜미가 11월부터 갚겠다고 일방적 통보를 한 적이 있다. 다만 5개월 동안 한 푼도 갚지 않았고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 잠적했다고 판단해 10월 26일 고소했다.”
―혜미 측은 계속된 잠자리 요구나 만나자고 하는 것이 무서워 연락을 피한 것이지 사기를 치거나 악의적으로 잠수를 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잠자리 요구를 한 적도 없다. 이건 당시 같이 어울렸던 두 사람의 지인이 증언해주고 있다. 나도 눈치는 있다. 혜미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오히려 더 철저하게 몸조심을 했다. 성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고소를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언론 인터뷰에 당당하게 응하지도 못했다. 반대로 잠자리 요구가 있어서 무서운 사람이 1년 넘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된 만큼 추가 고소를 계획 중이며 만약 실제로 성문제로 나를 고소한다면 무고죄로도 혜미를 고소할 예정이다.”
―혜미 측은 연락도 없이 집에 찾아오는 등 사생활 침해를 했다고 한다.
“내가 집을 구해줬다고는 하지만 그 집 도어락 비밀번호도 모른다. 사생활 침해를 할 수가 없다. 찾아갈 때는 딱 두 가지 이유였다. 미리 연락한 뒤 찾아가 먹거리를 전달하거나, 혜미가 불러서 술 마실 때 말고는 없었다.”
5월 11일 A 씨와 혜미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나눈 대화. A 씨는 이때를 기점으로 채무 관계를 정리하고자 했다고 한다. 사진=A 씨 제공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았는데 왜 오랫동안 지원해줬나.
“앞서 말한 대로 빌려준 거지 준 게 아니다. 애초부터 빌려주기로 했기 때문에 기록을 다 모아뒀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도 혜미가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본인 사진을 보내주면서 혜미도 나에게 여지를 준 거라 생각한다. 그런 관계로 많게는 1주일에 두세 번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본 게 약 2년이다. 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술 문제로 틀어졌고 돈을 돌려달라고 하게 된 거다.”
―혜미 측 대응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나는 주장을 할 때 뒷받침할 증거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증거가 애매할 때는 증인을 불러 입증했다. 그런데 혜미 측은 한 사람을 성범죄자처럼 만들면서도 어떤 증거나 증인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주장에 근거를 보고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