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덕천지하상가 데이트폭력 사건 CCTV 영상(왼쪽)과 경남지역 시민단체의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양산갑 지역위원회 제공
[일요신문] 부산·경남에서 데이트폭행이 잇따라 발생했다. 부산 덕천지하상가에서 발생한 데이트폭행 사건은 SNS 영상노출로 인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양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최근 일어난 가운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먼저 부산 덕천지하상가 데이트폭행 사건은 11월 7일 오전 1시 13분께 발생했다. 이날 연인으로 보이는 20대 남녀가 다투다가 이후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여성이 맞아서 쓰러뜨린 뒤에도 여성의 얼굴 부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 휴대폰으로 가격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하상가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누군가 이를 유출한 뒤 인터넷에 유포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을 검토한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해 가해 남성과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덕천지하상가’ 데이트폭행 사건에 앞서 10월 8일 경남 양산에서도 30대 여성이 남자친구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 이날 가해자 남성 A 씨(31)는 양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B 씨(30)를 30여 분 동안 주먹과 발 등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피해자 여성 B 씨는 안와골절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특히 A 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B 씨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취하거나 B 씨가 사는 아파트 등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양산지역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 공분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산여성회·경남여성단체연합 등 경남지역 시민단체는 11월 11일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데이트폭행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피해여성이 2차 피해를 당하고 경찰서에 가해 남성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했는데도, 불구속수사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의 집에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한 달간 자발적 감금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한 달이 지나 언론에서 사건을 다루자 가해자를 구속한 것은 경찰들이 교제 중의 폭력을 연인 간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사로운 일이나, 합의만 보면 끝나는 일로 인식하는 성인지 감수성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산지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21대 국회에 데이트폭력특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양산갑 지역위원회(위원장 이재영)는 11월 11일 오후 논평을 내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경우 특례법이 마련돼 있지만 데이트폭력은 처벌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회와 관계기관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트폭력특례법 등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