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콜센터 노조가 11월 11일 센터 로비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다산콜센터 노동조합 제공
[일요신문] 서울시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이 11월 1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올해만 8차례에 걸친 임금교섭에서 재단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 15.1% 인상, 감정노동 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15.1%라는 인상률은 경기도콜센터 상담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한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던 경기도콜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상담 노동자들을 경기도 공무직 공무원으로 채용했고 경기도 무기계약 근로자 보수 규정에 의해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김배아 사무국장은 11월 10일 “경기도콜센터 1년 차 상담원보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13년 차 상담원의 임금이 적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생전에 경기도콜센터 수준으로 맞춰주겠다고 약속하셨는데 돌아가시면서 무산됐다. 김민영 이사장은 임금교섭에서 지난해엔 노조가 우겨서 올렸지만 올해는 못 올려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다산콜센터는 2007년 개소해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던 서울시 콜센터다.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산콜재단을 설립하며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편입했고 서울시는 이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참여연대 출신이자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을 도운 김민영 씨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올해 재단은 예산 243억 원 중 230억 원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했다. 콜센터 특성상 재단이 자체 사업을 통해 올리는 수입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이사장 연봉은 1억 원을 상회하고 본부장들의 연봉도 1억 원에 가깝다.
상담직과 비상담직의 급여 차이도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 예산서에 따르면 3급 이하 연봉제(비상담직) 직원의 기본급은 평균 336만 원인데 반해 4급 이하 호봉제(상담직) 직원의 기본급은 평균 230만 원에 불과하다. 정작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시민들과 만나는 상담직원들의 처우가 사무직보다 턱없이 낮은 셈이다. 노조 측은 “1년마다 2만여 원 정도 오르기 때문에 13년 근속하신 분들도 1년차 상담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급여 차이에 대해 다산콜재단을 관할하는 서울시청 김정애 시민봉사담당관은 “2017년 재단을 설립하며 행정직은 연봉제, 상담직은 호봉제로 급여 테이블을 나눴다. 업무 차이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상담 직군은 행정직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냐고 묻자 “재단 기획본부장에게 물어봐라”라며 답변을 피했다.
고 박원순 시장은 노동자의 편에 가까웠던 인물이다. 인권변호사 시절은 물론 참여연대, 서울시장을 거치면서도 그의 노동 존중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그와 노동계가 공유하던 가치 중 하나다. 2016년엔 직접 서울시 노동 혁신 대책을 발표하며 노동 불평등과 차별을 철폐하려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 사후 다산콜재단은 그의 유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행정직(비상담직) 급여는 서울시 산하기관 평균 수준이지만 상담직 급여는 서울시 산하기관 중 최하다. 게다가 상담직은 행정직으로 전환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직군별 임금 차별이 개선되지 않은 건 상담직을 행정직보다 낮게 여겨온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했다는 해석이 있다. 노동의 형태에 따라 노동자의 등급과 대우를 나눠온 악습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시 공공기관이라면 그 같은 악습을 답습하지 않아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차별을 수년간 방치해온 재단과 서울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다산콜재단 측은 “행안부의 총인건비 지침을 준수해야 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하지만 창구를 열어두고 논의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