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다시 한국 사회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2015년이다. LA총영사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소송을 시작했기 때문인데 그 당시 미국은 오바마의 민주당 행정부 시절이었다.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한 스티브 유는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고 또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인권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렇다면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의 당선이 스티브 유에게 호재일까.
중국에서 활동할 당시 중국 북경 푸통 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스티브 유. 그는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 성룡 사단의 일원으로 중국에서도 활동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미국인 스티브 유를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정부는 관련 규정을 검토해 다시 비자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스티브 유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강 장관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그는 “장관님께서는 올해 초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나, 한국 정부가 2020~2022년 인권 이사국으로서 국제적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신 바 있습니다”라며 “외국인에게도 인권이 있고, (중략) 이것은 엄연한 인권침해이며 형평성에 어긋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시민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에게 인권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이렇게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되는 시점에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미국인과 인권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되고 말았다.
얼마 후 음성 파일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내는 조건으로 응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스티브 유는 ‘반미 감정’ 관련 발언까지 내놓는다. 스티브 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민족성을 자극하며 반미 감정이 들끓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제 이름이 거론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라며 “더 디테일한 얘기는 현재 논하고 있는 제 이슈와 조금 벗어난 얘기라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스티브 유는 자신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미국인’이자 ‘반미 감정이 들끓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미국인’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그는 이제 자칫 한미 외교문제에서 중요 현안이 될 수도 있는 미국인이 됐다. 그의 정식 이름은 ‘스티브 승준 유’로 ‘승준’은 미들네임이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대미외교보다 대중외교에 더 신경을 써 미국인 스티브 유가 인권 침해를 주장해도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스티브 유는 중국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스티브 유가 중국 연예계로 진출해 활동을 했는데 그것도 성룡 사단의 일원이었다. 주윤발이 홍콩의 각종 시위 참여하고 있는 데 반해 성룡은 공개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스티브 유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상류층 자제들을 ‘신의 아들들’이라 부르며 “(병역비리에서) 제가 알기로 특권층 수사는 제외됐다고 들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는 모종화 병무청장의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허탈감을 줘 사회적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한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스티브 유는 “국민적 상실감과 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판단은 대중에 맡겨야 한다”며 “저 같은 일개 연예인이 한국 입국 시에 느낄 수 있는 대중들의 상실감과 허탈감이 클까요? 아니면 소위 말하는 신의 아들들, 고위 상류층 자녀들의 병역비리를 접하는 대중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이 더 클까요?”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브 유는 ‘무수한 병역비리’라는 표현과 함께 두 사건을 언급했다. 바로 1998년 박노항 사건과 많은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이 비리에 연루된 2004년 사건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소위 ‘사구체신염 병역비리 사건’이라 불리는 2004년 병역비리 사건이다.
이는 스티브 유가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당시 동료였던 대한민국 스타급 연예인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실제 2004년 병역비리 사건에서 스타급 연예인 여러 명이 연루됐었기 때문이다.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이 당시 병역비리에 연루됐고 결국 재검을 통해 송승헌과 장혁은 현역, 한재석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이들은 모두 연예계로 복귀했고 송승헌과 장혁은 지금도 톱스타의 반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이 2004년에 병역비리에 연루됐었다는 사실조차 대중이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인데 스티브 유가 그 얘길 다시 꺼내 놓은 것이다.
스티브 유는 군 입대가 불가능해진 만 38세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그때는 늦게라도 군에 입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끝난 시점이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러면서 스티브 유는 병역비리 연루자들이 여러 가지 수단과 편법을 활용했다며 병역브로커, 가짜 진단서, 뇌물, 군의관 연루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반면 자신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을 뿐 불법이나 인맥 등은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선택이지 기피가 아니다. 위법이 아니면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며 “19년 다되어가도록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인권탄압이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대한민국 대중의 시선과 스티브 유의 시선이 틀어진 대목이 엿보인다. 대중이 2004년 병역비리 연루 연예인의 컴백을 용인하고 다시 그들이 톱스타의 반열에 오를 만큼 사랑해 준 근본적인 이유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 했기 때문이다. 반면 스티브 유는 군 입대가 불가능해진 만 38세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그때는 늦게라도 군에 입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끝난 시점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