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전세값 상승과 관련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최근 전세가 다시 사라지고 있다. 임대차 3법으로 임대료 인상은 제한되고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으로 주택보유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던 전세 수요자들은 매매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월세를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 10개구에선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을 추월할 정도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의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 11월 10일 기준 전세보다 월세 매물이 더 많은 곳은 강남·구로·관악·동대문·마포·서대문·송파·용산·종로·중구 등 10개구다.
지난 9일 기준 강남구의 매물은 전세 1887건, 월세 2301건이다. 중구(전세 121건·월세 242건), 관악구(전세 124건·월세 235건) 등은 월세 매물이 전세보다 2배가량 많았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동과 삼성동, 대치동 등에선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매물이 크게 늘었다.
이들 지역에선 실거주 외 매매 거래가 막히면서 사실상 전세를 낀 매물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됐다. 대치동은 11월 9일 기준 전세 101건, 월세 213건으로 월세 매물이 2배 이상 많고, 잠실동도 전세 207건, 월세 274건으로 월세 매물이 30% 이상 더 나와 있다. 삼성동도 전세는 134건에 그쳤지만, 월세 매물은 2배 수준인 267건이다.
월세 수준 자체도 상당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최근 내역을 보면 삼성힐스테이트2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보증금 3억 원, 월세 208만 원이다. 잠실동 트리지움은 84㎡ 보증금 1억 원, 월세 340만 원이다. 잠실 엘스는 84㎡가 보증금 1억 500만 원에 월세 210만 원에, 래미안대치팰리스 94㎡는 지난 10월 12일 보증금 10억 원, 월세 209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정부 통계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아파트 월세 가격은 전달 대비 0.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월 2일 발표한 기준 주간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서 “저금리 속에 고가주택에 대한 공시가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을 월세로 메우고자 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월세는 증가하고 전세 매물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