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결정했다. 내년 7월 합병법인 출범 이후 통합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25년 기준 취급액 2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11월 10일 회사 합병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면서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 된다. 합병 비율은 1 대 4.22로 GS홈쇼핑 1주당 GS리테일 신주 4.22주가 배정된다. 양사는 내년 5월 예정된 주주총회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7월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 소액주주들 “GS홈쇼핑 저평가 합병” 비판
“멀리 보면 필요한 과정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대주주 GS에 유리한 합병 아니냐. GS리테일 시가총액이 더 큰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률이나 부채비율을 따져보면 GS홈쇼핑이 훨씬 우위에 있다. 이번 합병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GS홈쇼핑 주주들이 마냥 긍정적으로 보고 수긍하기는 어렵다.”
한 GS홈쇼핑 개인투자자는 GS홈쇼핑과 GS리테일의 합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저평가된 GS홈쇼핑을 고평가된 GS리테일이 흡수합병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GS그룹의 지주회사 (주)GS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오너일가 50여 명이 지분 51.32%를 보유하고 있다. (주)GS는 지난 상반기 기준 GS리테일 지분 65.75%, GS홈쇼핑 지분 36.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GS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나뉘어 있던 재원을 통합해 운영하는 동시에 보다 일원화된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실제 합병에 불만을 제기하는 GS홈쇼핑 개인 투자자들은 “그룹의 의지대로 알짜 계열사가 처리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합병을 반대하면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매수예정가격(13만 8555원)에 회사에 주식을 넘길 수 있지만, 그간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우량한 현금흐름을 보이던 ‘알짜 배당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GS홈쇼핑은 2016년 이후 6500~7000원의 주당배당금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주당배당금 6500원, 시가배당수익률 4% 중반이던 GS홈쇼핑은 올해 주당배당금과 시가배당수익률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합병 비율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지난 9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GS리테일의 합병가액은 3만 3800원, GS홈쇼핑 합병가액은 14만 2762원이다. 여기에 발행주식수를 곱하면 GS리테일(발행주식수 7700만 주)은 2조 6026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됐고, GS홈쇼핑은 9368억 원(발행주식수 656만 2500주)으로 평가됐다.
GS홈쇼핑은 6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39억 원이지만,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을 살펴보면 기타채권에 금융기관예치금으로 5345억 원이 잡혀 있다. 더불어 GS홈쇼핑은 지난해 1097억 원, 2018년 133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GS리테일 관계자는 “합병가액 산정에 있어서는 법적 기준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GS홈쇼핑 소액주주들은 GS홈쇼핑이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실적부진을 겪는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되는 것을 두고 우려한다. 서울에 있는 한 GS25 점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 홈쇼핑이 GS리테일 실적부진 떠받친다?
미래 성장성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GS홈쇼핑은 TV시청 인구 감소 등의 환경 속에서도 모바일과 인터넷 사업부문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부문이 TV쇼핑부문을 앞지르며 전체 영업부문에서 모바일부문 비중이 가장 커진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언택트) 쇼핑 수요가 늘어난 수혜를 보기도 했다.
실제 지난 상반기 GS홈쇼핑 총매출은 621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총매출 6013억 원보다 2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영업부문별로 살펴보면 TV쇼핑 부문은 총매출 2432억 원으로 지난해 2611억 원에 비해 줄었지만 같은 기간 인터넷 부문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321억 원, 모바일 부문은 12% 증가한 305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H&B스토어 랄라블라, 호텔사업 등을 영위하는 GS리테일 사정은 여의치가 않다. GS리테일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4조 35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479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력 사업인 편의점부문은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고, 헬스앤뷰티부문의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호텔부문의 경우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채널부문과 호텔부문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3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1,1%, 3.7% 줄어들었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억 원, 호텔부문과 공통 및 기타부문도 각각 161억 원, 23억 원씩 줄었다. 반면 슈퍼마켓부문과 (부동산)개발부문은 각각 130억 원, 26억 원씩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GS홈쇼핑이 GS리테일을 떠받치는 모양새로 합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GS홈쇼핑의 막대한 현금성 자산으로 GS리테일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GS홈쇼핑은 보유 현금이 많은 반면 부채가 없고, GS리테일은 부채비율이 높다. 지난 상반기 기준 GS리테일의 유동성 리스부채는 3712억 원, 비유동성 리스부채는 1조 5403억 원에 달한다. 유동성 차입금 및 사채는 6360억 원, 비유동성 차입금 및 사채는 5314억 원이다.
다만 GS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GS리테일은 내년 7월 합병법인 출범 이후 통합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25년 기준 취급액 2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합병으로 고객확대 및 모바일 사업강화, 온‧오프라인채널 통합, 물류 인프라 결합 등에 따른 통합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2.8조 원 규모의 모바일 커머스 채널의 취급액을 2025년 7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합병 후 배당성향 40% 수준을 지향하겠다는 주주 환원정책도 내놨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나 시점 등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방향성과 비전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플랫폼 간 통합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세부적 전력이 미비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과거 CJ오쇼핑과 합병한 CJ ENM이 뚜렷한 통합 시너지를 보이지 못한 전례도 있다. 이에 대해 앞서의 GS리테일 관계자는 “개인주주와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안내되지 않아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