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2020 카타르월드컵은 준비 과정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비과정 뒤숭숭
카타르월드컵은 2010년 유치전 당시 카타르 개최가 확정된 이후 여러 논란에 시달려왔다. 먼저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날씨’다. 최초로 아랍권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무더운 날씨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사이에 자리를 잡은 위도 25.50도에 위치한 나라로, 사라하 사막으로 유명한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사막 기후에 속하는 국가로 여름 기온이 최대 50℃를 넘나든다. 이 때문에 월드컵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통상 6월인 대회 개최 시기 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복잡한 계산도 필요했다. 아랍 국가에서 개최되기에 라마단 기간(2022년 기준 4월)을 피해야 했다. 주요 국가의 프로리그 일정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했고 2022년의 큰 스포츠 이벤트인 동계올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아야 했다.
카타르의 무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대회 기간 조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11월 중순인 현재 카타르는 여전히 낮 최고기온이 30℃가 넘는다. 이에 카타르는 경기장 내 에어컨 시스템 설치를 약속했다.
카타르월드컵은 유치 과정에서도 잡음을 냈다. 개최지가 카타르로 선정되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요 임원들이 뇌물을 받고 카타르를 지지해줬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20년 가까이 FIFA 내 ‘독재’를 이어오던 제프 블래터 전 회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개최권이 다른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루머가 무성했지만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예선의 경우 2라운드를 치르던 도중 중단돼 1년 이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예선 과정도 순탄치 않다
2020 카타르월드컵 지역 예선은 본선 개막까지 3년 이상 앞둔 시점에 이미 시작됐다. 가장 먼저 시작을 알린 지역은 아시아였다. 46개 팀이 참가하는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12개 하위권 국가들이 나선 1라운드는 2019년 6월 열렸다. 몽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이 2라운드에 합류했다.
이어 같은 해 9월부터 40개국이 나서는 2라운드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역시 2라운드에 합류한 가운데 각 국가가 팀당 4~5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레바논과 북한의 경기 이후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중단 기간은 결국 1년을 넘겼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1년 3월과 6월 예선 일정을 재개할 방침을 최근 밝혔다.
아프리카는 아시아보다 진도가 더디다.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2019년 1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2020년으로 예정됐던 2라운드를 시작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40개국이 10개 조로 나뉜 조편성이 완료된 상황에서 2라운드 경기는 오는 2021년 5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21년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 일정을 마친 이후로 밀렸다.
가장 단순한 방식의 예선이 열리는 남미는 지난 10월부터 시작을 알렸다. 남미는 6개 대륙(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중미, 남미, 오세아니아) 중 예선 참가국이 10개로 가장 적다. 이에 여러 과정을 거치지 않고 10개국이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한 번씩 치르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각 팀당 2~3경기를 치른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각각 2승 무패로 축구 강국임을 증명하고 있다.
가장 많은 국가(55개국)가 참가하는 유럽지역 예선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10개 조로 나뉘는 조편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12월 7일 조추첨이 진행될 예정이다. 추후 이뤄질 플레이오프 진출 국가는 유럽 국가들 간의 리그 대회인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결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 대회 결과 역시 지켜봐야 한다. 또 UEFA의 경우 지난여름으로 예정됐던 유로2020도 1년 뒤로 연기됐기에 향후 빡빡한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중미의 경우 1라운드 조편성이 완료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정이 2021년 3월로 연기됐다. 오세아니아는 11개국만 참가하기에 일정 조율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대륙 내 대회가 취소돼 예선 방식을 변경했다. 11개국이 한꺼번에 나서는 1라운드 일정은 2021년부터 시작된다.
대표팀은 평양 원정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북한의 의도 아래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 상황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우 2라운드 일정이 중단된 현재 H조에서 2승 2무로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조 2위에 올라 있다. 일정의 절반만 소화한 상황이다. 3라운드 진출을 위해선 1위 등극이 필수다.
2021년 3월과 6월로 연기된 잔여 일정은 대표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약체 스리랑카와 맞대결을 제외하면 나머지 3경기는 모두 홈경기로 치르게 됐다. 앞서 대표팀은 2019년 10월 치른 북한 원정 경기에서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대표팀은 코로나19 영향에 1년 가까이 친선경기조차 치르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9년 12월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소집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0월에서야 국내파 선수들만 소집해 올림픽 대표팀과 이벤트성 경기를 치렀다. 국내 리그 일정을 마친 11월 A매치 기간에는 해외에서 해외파 인원을 포함한 평가전을 한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아시아 강국들은 대부분 순조롭게 2라운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호주,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이 각 조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제치고 조 1위에 올라 있다. 대한민국의 라이벌 이란이 이라크, 바레인에 밀려 C조 3위에 처진 것이 눈길을 끈다. 적극적인 귀화정책으로 화제를 모은 중국은 A조 2위에 위치해 있다.
각 대륙이 모두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상황 속에서 월드컵 지역 예선 진행 방식의 전면적인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각 대륙의 일정이 조정됐던 원인은 방역을 이유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일정이 재차 연기된다면 30년여 전의 예선 방식이 부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의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한 장소에 참가국이 모여서 단일대회를 치르는 것처럼 예선이 진행될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 1994 미국월드컵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예선을 치렀다. 지아니 안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 9월 “코로나19가 가라앉지 않으면 월드컵 예선 방식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