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현대글로비스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중고차 사업 드라이브 건 ‘현대글로비스’
지난 11월 11일 현대글로비스가 2020년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채용하는 직무의 담당 업무 중 언론홍보를 제외하면 모두 중고차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채용공고는 그룹 내에서 중고차 사업을 맡아 지난해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현대글로비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고차 신사업 전략 기획 및 모델개발 △중고차 시세분석 △중고차 플랫폼 사업 기획 및 채널 운영 △중고차 거래 온라인 플랫폼 ‘오토벨’ 영업 △중고차 경매거점 기획 및 운영 △해외 중고차 사업 관리 체계 수립 및 지원 △해외 중고차 사업 운영 시스템·프로세스 구축 △수출용 중고차 매입 등이다.
현대차그룹 중고차 사업의 첫 윤곽이 나온 부문은 중고차 수출부문이다. 지난 10월 현대글로비스는 인천 연수구 중고차 수출단지에 부지 약 3471㎡를 임대했다. 수출용 중고차를 매입해서 모아두는 용도로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지만, 경력직 채용을 마치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중고차 수출 사업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는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총 41만 9000대를 수출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현대글로비스가 인천 연수구 수출단지에 임대한 부지. 사진=허일권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현재까지 중고차 수출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 확보한 중고차를 기존 중소업체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는 현대글로비스가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해외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본격적인 수출업에 나서기 전, 거래선을 확보하는 등 외형 확대 다지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중고차 수출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세차, 광택, 상품화 등을 맡을 하청업체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수출업에 진출하면 중·소형 업체들이 매입처를 잃고 하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2017~2019년에도 현대글로비스가 매입원가로 도미니카 현지에 중고차를 팔아서 수출업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수출 시장에 선제적으로 나선 배경 중 하나로 매매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수출업계의 저항이 거세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중고차매매업계는 현대차그룹 본사부터 정부대전청사 앞까지 집회·시위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단식투쟁을 벌여 박영선 중소기업벤처 장관과의 면담을 이끌어냈다. 수출업계 역시 입장문을 내긴 했지만, 단체행동에 나설 정도로 조직력이 탄탄하거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합이 없는 실정이다.
앞서의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독과점인 상황”이라며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다면 매매업뿐만 아니라 수출 등도 자연스럽게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고차 사업은 합리적 경영으로 본다면 현대차 밑에 두는 것이 맞다”며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려 하다 보니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 분석보다 그들을 몰아내는 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관계인에 대한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공정거래법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가 인천 연수구 수출단지에 임대한 부지 내에 정비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허일권 기자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항인 인천항에 전문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해 주목된다. 지난 11월 11일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시·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본부세관·인천 중구가 참여하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TF는 사업 추진을 목표로 기관별 역할을 분담해 협업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 남항 역무선 배후부지 39만 6000㎡에 2025년까지 자동차 판매·물류와 관련한 경매장, 검사장, 세차장, 부품판매장을 스마트 오토밸리에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친수공간을 갖춰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