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4%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 1분기 현재 총 740조 원에 달한다. 1년 전에 비해 50조 원가량 늘었다. 경제가 고소득층은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하고 저소득층은 이자증가 부담을 집중적으로 떠맡는 구조적 모순에 빠졌다.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반기 우리 경제는 7.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이 살아난 것 때문이지 중소기업이 살아난 것 때문이 아니다. 현재 중소기업들 중 삼분의 일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사실상 부도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올라 앞이 깜깜하다. 우리나라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520조 원 규모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이 430조 원으로 83%나 된다. 금리인상의 고통이 전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몫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제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이자부담이 2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중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증가 부담은 각각 1조 2500억 원과 1조 원으로 전체 증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연내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르면 이자증가 부담은 이것의 4배나 된다.
한편 경제의 대외여건도 불안하다. 세계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다시 기력을 잃으면서 더블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경제가 1873년과 1929년 두 번의 공황을 겪은 이후 세 번째로 공황 초기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이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경제가 조금만 불안해도 기반이 흔들린다. 따라서 이번 미국과 중국 경제 때문에 야기되는 더블딥 우려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단시간 내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공포가 될 수 있다. 특히 외국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경우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하나. 우선 정부는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부도 위험에 처한 서민가계와 중소기업을 방치하면 안 된다. 만기연장과 이자부담 감면 등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이들이 빚을 갚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한편 정부는 과감한 구조조정 정책을 펴야 한다. 건설과 조선 등 주요 산업의 부실이 심해 부도사태를 스스로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신산업을 발굴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가 미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금리인상은 산업발전을 와해하는 역작용을 일으킨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하고 추진이 지지부진한 기존의 정책은 안 된다. 한마디로 이번 금리 인상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올바른 후속대책을 마련할 경우 건전한 경제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를 다시 침몰시키는 해악이 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