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2조 5000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신주 1조 5000억 원 및 영구채 3000억 원, 총 1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아시아나 최대주주가 된다.
KDB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 원을 한진칼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 산업 경쟁 심화 및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KDB산업은행은 설명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2019년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는 29위로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시 세계 7위권으로 순위 상승이 가능하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 산업 내 톱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및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며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 확대, 신규노선 개발, 해외 환승수요 유치 등을 통해 외형 성장 및 규모의 경제 실현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KDB산업은행은 항공사 통합 시너지 효과로 △운항스케줄 및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 등 국내 항공 소비자의 편익 향상 등을 꼽았다. 또 양사 정비물량 확보로 해외 외주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한 국부유출 방지와 MRO 산업(정비, 부품수주, 훈련 등)의 체계적인 육성 등 연관 산업 발전 및 국내 항공업 전반의 안전역량 제고 효과 등도 노려볼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및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신속히 통합을 진행하되 다양한 측면에서 예상되는 현안 및 요구사항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의견도 적지 않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지난 15일 KDB산업은행의 한진칼 증자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3자 연합은 현재 한진칼 지분 46.71%를 갖고 있다.
3자 연합 측은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된다”며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그럼에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3자배정 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3자 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며 “지난 5월 이후 이러한 의지를 수차례 회사에 전달했으며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청약에 1조 원 이상 참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