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7일 17년 만에 SK네트웍스에 복귀한 최신원 회장이 명동 본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검찰이 최신원 회장의 비자금 조성 수사를 위해 회사 집무실은 물론, 자택과 국세청까지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검찰은 SK네트웍스와 SKC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의 조사 3국을 지난 11월 2일 또 다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최 회장을 향해 칼날을 조여오면서 그의 운신의 폭이 급격하게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때마침 재계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1952년생인 최 회장은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70세가 된다. 10대 그룹 오너 경영진 중 70대는 같은 52년생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만 남아있다.
#그 어느 곳도 지배 못 한 최신원 회장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회장은 사촌동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확보한 SK네트웍스 지분율은 0.85%(211만 4292주)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SK(주)는 39.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최신원 회장의 지배력은 전문경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미한 셈이다.
반면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계열분리를 마쳤다. SK그룹 내 중간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를 통해 SK케미칼과 SK가스, SK D&D,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에너지 및 화학, 바이오 계열사들을 갖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진작부터 SK가스와 SK케미칼 중심 계열분리 방안을 두고 최태원 회장 측과 조율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과 SK건설 등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07년 최태원 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이후 SK디스커버리로 분할)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신원 회장은 다소 어정쩡한 상황이다. 일단 본인이 최대주주인 회사가 한 곳도 없다. 처음에는 SK텔레시스나 SKC를 나눠 받는가 싶었지만 잦은 이동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SK네트웍스를 본인의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매각한 명동 사옥 1층에 최종건 회장의 동상을 세운 것이나, 자신의 장남 최성환 씨를 전략기획실장으로 앉히고 뒤이어 SK매직과 SK렌터카 상무이사에 선임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최신원 회장은 “부친인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첫 회사가 SK네트웍스였다”며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최신원 회장에게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주변 관계자들은 최신원 회장이 스스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한다. SK그룹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SK는 (최태원 회장의 옥살이로) 2번이나 총수 부재 사태를 겪었고, 최태원 회장이 내년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최신원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온 것 또한 그런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 회장의 제일 걸림돌은 나이
하지만 검찰 수사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최신원 회장은 해병대 출신으로 평소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작은 선물을 사비로 구입해 직원들에 나눠주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 및 횡령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이미지는 한 번에 날아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12월 초 있을 SK그룹 인사에서 최신원 회장이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SK그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2000년 사망한 이후 최신원 회장은 그룹의 가장 연장자로 존중받고 있다”면서 “본인이 경영에 의지가 있는 이상 그룹 차원에서는 자리를 빼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SK네트웍스 명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실제 그동안 최신원 회장이 다소 민감한 발언을 했을 때도 SK그룹 내부에서 반발하는 기류가 없었던 것이 아니나 연장자 존중 차원에서 흐지부지 넘어갔다. 최 회장이 2011년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 참석해 “창업주(부친 최종건 회장을 지칭)를 위한 묵념이 없고, 주총이 성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의 창업 정신이 흐려졌다”고 비판했으나 그룹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넘어갔다.
재계에서는 비자금 수사와 관계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최신원 회장의 리더십은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단 최 회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나이다. 40~50대 총수가 잇따라 등장하는 상황에서 곧 70대를 맞이하는 최 회장의 영역이 현재보다 넓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리어 자기 아들 최성환 SK네트웍스 실장을 독립시키려면 지금부터라도 이에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성환 실장은 다른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고, 지주회사 SK(주) 지분을 0.74% 갖고 있다. 만약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에게는 SK네트웍스를 전담하도록 맡겼더라도 조카인 최 실장에게 기회가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