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갈등이 발생한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서울고검에서 정진웅 차장검사를 기소한 것이 적절했는가, 그리고 그 기소를 이유로 정진웅 차장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으냐는 점이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직무집행정지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이 또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다. 사진=이종현·박은숙 기자
#기소 자체 문제 삼은 대검 감찰부장의 공개반발
공개적으로 총대를 메고 나선 이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사법연수원 24기)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의 한동수 감찰부장은 11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검찰총장에 대해 이의제기서를 제출한 이유’라는 글에서 자신이 정진웅 차장검사 직무배제 요청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윤 총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소 과정에서 주임검사가 교체된 점” 등을 언급하며 기소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이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추미애 장관은 정진웅 차장검사 기소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 지시한 바 있다. 서울고검이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주임검사를 배제하고 윗선에서 강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즉시 반발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검사들 모두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며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기소 과정에서 주임검사가 교체됐다’며 기소 경위에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 반박했다. 명점식 감찰부장은 1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서울고검 검사들이 분담해 수사를 진행했고 여러 쟁점을 논의한 결과, 특가법 위반(독직폭행)으로 기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검사들이 복수의 기소방안에 대해 토의했는데 객관적 행위에 대한 사실 판단에는 별 이견이 없었고, 주관적 착오에 대한 법률 판단과 관련해 복수의 의견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27기)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 차장검사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데 다른 의견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원래 주임검사 또한 재배당 과정에 아무런 이의 없이 동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이견이나 충돌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건 당시 서울고검에 있던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해 검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뿐 아니라 어떤 사건에서도 검사가 가만히 있는 피의자 당사자를 몸으로 제압해 압수물을 확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우리끼리 ‘망신’이라며 독직폭행 혐의 성립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11월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판에 나서자 평검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이종현 기자(현장풀)
#대검 직무배제 요청도 문제 제기…갈등은 계속 ing
그럼에도 기소 과정뿐 아니라, 윤석열 총장이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주장이다. 한 감찰부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이 건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실력 행사로 향후 재판에서 유무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피의자(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정 차장검사가 직관하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직무배제 요청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장관은 일단 대검이 요청한 정 차장검사 직무배제에 대해 대검 감찰부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검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통상 검사가 기소될 정도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검사는 직무에서 배제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 차장검사는 서울고검에 고발이 된 직후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기소 후에도 업무를 맡고 있다. 반대로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직무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검사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사법연수원 30기·부장검사급)은 이프로스에 ‘피고인·독직폭행·직무배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그는 “현직 검사가 단순 피의자 신분도 아니고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됐으면 직무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판사 출신인 한 감찰부장을 겨냥해 “법원에서는 법관이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되더라도 재판을 진행하게 하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감찰 내용을 일반 형사 사건에 준하는 수준의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은 신분상 지위 박탈이나 명예훼손적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감찰 과정은 매우 예민한 사안인데 이를 SNS에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법무부 훈령인 ‘감찰사실 공표에 관한 지침’ 3조는 원칙적으로 감찰활동의 내용과 결과 등은 외부에 공표하거나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대검찰청은 검사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검사 직무집행 정지는 총장 고유 권한”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도 확전은 삼가는 태도다.
여당 역시 윤 총장의 거취를 문제 삼으면서도, 추미애 장관에 대해서도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 시비 등 논란을 불식시켜주는 것이 맞고, 그러한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거취를) 선택해야 한다”면서도 “추 장관은 비교적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추 장관도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은 ‘대검 감찰부장’이라는 카드를 통해 윤석열 총장을 비롯, 자신이 기존에 추진했던 결정들에 대한 검찰 안팎의 반발을 잠재우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윤 총장은 검사들의 지지를 명분 삼아 맞서려는 모양새”라며 “이렇게 갈등이 계속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이나 추미애 장관에 대해 인사권을 발동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