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회사, 살아남는 회사>의 저자이자 경영컨설턴트로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경영자들과 교류해온 고미야 가즈요시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는 따로 없다. 좋은 사장, 나쁜 사장이 있을 뿐이다”는 말을 항상 강조하곤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경영자의 자세와 능력이 회사의 우량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사원이 사장을 직접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고미야는 사원이 사장에 대해 파악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장을 직접 아는 지인의 이야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 등을 통해 반드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왜냐면 경영을 ‘관리’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리더가 이끄는 회사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영자는 ‘기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의 최적 배분’을 하고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회사의 목적이 이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고객에게는 사랑받을 수 없고, 사원이 잘 따라올 수 없다. 목적은 회사의 비전이어야 한다. 경영자가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이런 어려운 시대에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없다.”
와세다대학 상학연구과의 구보 교수는 회사가 적자위기에 닥쳤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사장을 해고할 수 있는지 어떤지가 회사의 건전함과 장래성을 가리키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적악화로 인한 사장교체와 그 외의 사장교체의 실적 추이를 비교한 결과, 실적악화로 사장교체를 한 기업은 실적이 급속히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사장교체로 실적회복에 성공한 기업의 예다. 98년에 사장으로 취임한 이토츄상사의 니와 우이치로는 취임 2년 만에 4000억 엔(약 5조 4000억 원)이 넘는 불량채권을 일거에 해결했으며 그 다음해에는 과거 최고치인 순이익 7105억 엔(약 9조 6000억 원)에 다가서는 V자 회복을 달성했다. 99년 닛산자동차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로 취임한 카를로스 곤은 취임한 다음 해에 실적을 적자에서 흑자로 바꾸는 극적인 업적을 남겨 유명해졌다. 2003년 도쿄전기는 이사가 아닌 본부장급의 40대를 사장에 전격 취임시켜 2001년부터 2년간 이어진 연속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장을 해고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법률적으로는 이사회에서 해임동의안을 제출해, 과반수 찬성이 나오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일본에서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의 22%, 3년 연속 적자인 회사의 7%만이 사장교체가 이뤄졌을 뿐이다. 실제로 적자에 대한 책임을 사장이 지는 회사는 적다는 뜻이다. 구보 교수는 “먼저 사외이사회를 조직적으로 구성해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적을 지표로 해서 좋은 경영자는 남기고, 나쁜 경영자는 퇴출시키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적 이외에 사장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경영 컨설턴트 고미야 가즈요시는 회사의 일원이 자신의 보스를 냉정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했다. 과연 우리 회사의 사장은 위기를 돌파하는 ‘사장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고미야의 체크리스트로 점검해보자.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1. 전철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2. 매일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다.
3. 사원보다 회사에 빨리 와 있다.
4. 책상은 자신이 직접 정리정돈한다.
5. 회사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직접 줍는다.
6. 사장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사원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7. 사장실에 미술품과 장식품이 적은 편이다.
8. 결재해야 할 서류가 쌓여있는 일이 없다.
9. 한 달에 10일 이상 현장에 나간다.
10. 점심은 혼자서 먹는 일이 없다.
11. 사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가 있다.
12. 일반신문, 업계신문, 경제신문 등 3종 이상의 신문을 읽는다.
13. 월요일에 유력 일간지에 실리는 ‘경기지표’를 꼭 확인한다.
14.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15. <논어> <성서> 등 고전을 공부한다.
16. 회사 차는 국산이다.
17. 휴일에 회사 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18. 평일에는 골프장에 가지 않는다.
19. 회사 접대비로 사적인 지출에 이용하지 않는다.
20. (상장사 경우) 재임기간이 10년 이내다.
21. 업계단체의 임원직에 무관심하다.
22. 가정이 원만하다.
23. 전임자의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24. 몸가짐을 항상 단정히 한다.
25. 비만이 아니다.
26. 학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27. 타업종에 사장급 친구들이 많다.
28. 학창 시절부터의 친구들이 많다.
29. 무슨 일이든 상담할 수 있는 은사가 주위에 있다.
30. 술자리는 일차로 끝낸다.
31. 이성에게 인기가 높다.
32.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33. 걸음이 빠르다.
34.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35. 언론에 자사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36. 언론계에 인맥이 넓다.
37. 사원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38. 누구에게든 “고마워요”라고 잘 이야기하는 편이다.
39. 이야기를 들을 때는 메모한다.
40.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능숙하다.
41. 실패담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42. 상황에 따라 까다로운 면도 있다.
43. 아랫사람에게 일을 맡겨도 직접 진행상황을 확인한다.
44. 사원에게 메일, 문자를 받는 것을 반긴다.
45. ‘초대받는 편’이라기보다 ‘초대하는 편’이다.
46. 자연스럽게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47. 험담을 하지 않는다.
48. 푸념을 늘어놓지 않는다.
49. 잘못을 부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50. 타사 사람들에게 부하직원에 대한 자랑을 하기도 한다.
51. 외국어능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52. 연설원고를 부하에게 준비시키지 않는다.
53. 주주총회 등에서 다른 이사들보다 답변이나 질문 내용이 충실하다.
54. 전 사원 앞에서 경영방침을 표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전략가적 능력
55.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
56. 5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57. 신규 사업보다 현재 사업을 중요시한다.
58. 작은 도전에 겁내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59. 매출보다 점유율을 중요시한다.
60. 거래처와 일을 할 때는 을의 입장보다는 ‘파트너’의 입장을 취한다.
61. 중요 거래처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립력을 키우고 있다.
62. 라이벌 회사를 떨어뜨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63. ‘온리원(Only One)’보다는 ‘넘버원(Number One)’을 지향한다.
64. 회사규모 축소방안도 마련되어 있다.
마케팅 능력
65. 고객에게 ‘회의 중’이라고 핑계를 대도록 시키지 않는다.
66.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도록 직원들을 지도한다.
67. 부하에게 일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68. 회사 내에서라도 고객이 방문하면 깍듯이 대우한다.
69. ‘클레임 제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70. ‘클레임 처리’라고 하지 않고 ‘클레임 응대’라는 표현을 쓴다.
71. ‘ES(종업원만족도)’보다 ‘CS(고객만족도)’를 중시한다.
72. 신규영업을 잘 뚫는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73. 성공한 다른 회사를 능숙하게 흉내 내는 것을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74. 고객에게 ‘이 회사는 특별하다’라고 믿음을 줄 만한 품질과 가격, 서비스 등을 연구한다.
75. ‘좋은 상품은 팔리게 돼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매니지먼트 능력
76.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고’라는 관점으로 인재를 채용하지 않는다.
77. 신규 채용자에게 입사 전부터 사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78. 부서별 연수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79.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인사를 결정하지 않는다.
80. 후계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여러 명 있다.
81. 회사 내의 특정 무리에 속해 있지 않다.
82.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83. 회사 밖 단체에서 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84. 사내에서는 ‘평화주의자’적인 이미지보다 ‘절대적 카리스마’ 이미지가 강하다.
85.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열심히 한 직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기 위한 제도가 있다.
86. 부서 간에 권력 중심이 쏠리지 않도록 권한을 정기적으로 이동시킨다.
87. 휴대전화가 울리는 일이 거의 없다.
88.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둔다.
89. 사원의 행동규범을 직접 써서 전달하곤 한다.
90. 사원의 급여기준을 ‘동종업종의 회사들보다 조금 높게’ 측정하고 있다.
91. 동종업계 사장들보다 높은 급료를 받고 있다.
회계 능력
92. 매출이 ‘고객의 만족도 정도’, 이익이 ‘사원들 노력의 결과’라고 이해하고 있다.
93. 수원유동성(현금+지금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나 빌릴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94. 벌어들인 수익은 부채를 줄이는 데 가장 먼저 쓴다.
95. ROE(자기자본이익률)보다 ROA(총자산이익률)을 중시한다.
96. 필요한 적정 이익수준을 항상 파악하고 있다.
97. 경영판단을 위해 회계자료를 작성하게 해 사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98. 은행과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고 고객이나 사원과 일하는 시간을 소중히 한다.
99. 긴급상황시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댐 경영’(물을 모아두는 댐과 같이 경기가 나쁠 때를 예상해 경영하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100. (비상장기업의 경우) 회사실적을 사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결과
80개 이상 : 불황시대에도 장래의 비전을 놓치지 않고, 사원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통찰력과 행동력, 인간적 매력이 풍부한 21세기형 리더
60~80개 : 적절한 경영감각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타개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40~60개 : 불황의 여파를 그대로 받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한다. 사원은 사장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에 불안을 느낄지도.
40개 미만 : 전통적인 경영자의 나쁜 습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회사가 기울어질지 모르니 사원들은 준비가 필요하다.
체크리스트 해설
‘자질력’의 포인트는 사원과 같은 눈높이에 서는 것, 그리고 돈에 관해서는 엄격한 것이다. 반대로 회사를 망치는 사장의 조건은 ‘밝고 원기왕성하며’ ‘대략적이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경영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자신만의 표현으로 비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말을 능숙하게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유명 실업가)는 신입사원을 대할 때도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네”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원에게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원에게 엄격한 사장은 일시적으로 사원들의 미움을 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원의 신의를 얻게 된다. 엄격한 사장일수록 좋은 경영실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또, 매출을 올리는 일은 경영에 있어 중요한 일이지만 마켓셰어가 낮은 상품의 매출을 늘려봤자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타사제품의 전략이나 가격에 영향을 받게 될 뿐이다. 동시에 라이벌이 없어야 좋다는 ‘온리원 지향’은 약한 회사라는 증거다. 강한 회사의 사장은 타사와의 차이를 명확하게 해 우위에 서려고 하는 ‘넘버원 전략’을 취한다.
‘마케팅 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고객중시’다. 안 되는 회사는 전화 한 통으로 알 수가 있다. 비서가 전화를 받아 “회의 중입니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회사는 거드름을 피우며 형식만 중시하는 관청이나 다를 바 없다. 회의 중인데도 “손님을 맞고 계십니다”라고 대응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사원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회사는 ‘센바깃초’(음식을 재활용하다 발각된 고급 요리점)와 다를 바 없다.
‘클레임 제로 운동’도 좋은 생각은 아니다. ‘클레임을 보고하면 야단을 듣게 된다’는 인식이 안 좋은 사실을 숨기게 하고, 2차 클레임을 발생하게 한다. 또 고객으로부터의 클레임은 사무작업처럼 ‘처리’로 취급하지 않고 ‘응대’해야 한다.
다음은 ‘매니지먼트 능력’ 부분이다. 현대의 경영자는 전략을 중시하고 인재육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비저너리 컴퍼니>로 유명한 전 스탠퍼드대학 교수 J. C. 콜린스는 잘되는 기업의 특징을 ‘적절한 사람을 버스에 태운다’고 표현하곤 했다. 즉, 회사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리스크를 평소에 안고 감으로써 큰 리스크는 회피할 수 있다. 작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사원을 장려하고 그 성과를 평가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부하에게 적확한 판단기준을 부여해준다면 부하로부터 휴대전화로 쉴 새 없이 문의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계력’이다. 이전에 어느 신문사가 대기업 사장에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무엇인가”라는 조사를 한 결과, 40% 이상의 사장이 ROA(총자산이익률)가 아닌 ROE(자기자본이익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은 바르지 않다. 부채의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ROE는 현격히 개선할 수 있지만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선 재무 안정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경영지표의 우선순위는 ROA며 그 다음이 ROE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