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리조트와 HDC현대산업개발의 토지 매매 거래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HDC리조트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리조트 오크밸리 운영 법인으로 2019년 HDC그룹이 한솔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인수 당시 HDC그룹은 “시설 현대화와 함께 부티크 호텔, 아트 빌리지 등을 새롭게 개발하고, 포레스트 어드벤처 등 체험형 액티비티를 확충해 고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레저 리조트로 만들 것”이라며 “골프 코스를 90홀 규모로 확장해 오크밸리를 국내 최대의 골프 코스를 갖춘 매머드급 골프리조트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HDC리조트의 수익성은 좋지 않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C리조트는 2019년 81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거뒀고, 올해 1~3분기에도 3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2019년 말 기준 HDC리조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00억 원, 부채비율은 594.70%에 달했다. HDC리조트의 자본만으로는 오크밸리 확장 공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 실제 HDC리조트는 18홀 퍼블릭 골프장을 오는 2023년 완공할 예정이지만 HDC그룹이 처음 밝힌 복합 레저 리조트 관련 공사 추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당초 현산이 토지를 매입하려 했던 이유도 HDC리조트 대신 자본력이 되는 현산이 직접 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HDC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는데 특히 레저 사업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HDC그룹이 금호산업에 금호리조트 매각 중단을 요구한 것이 계약금 반환 소송과 관련한 문제도 있지만 리조트 사업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마련해둔 인수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재계 관심이 쏠렸다. 현산에 따르면 아사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약 1조 7600억 원을 조달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약금 2500억 원 반환 유무는 지켜봐야 하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인수 무산 자금의 활용이 (현산의)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산이 원주시 토지를 구입해 레저시설 건설을 추진했던 것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자금 활용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산이 토지 매매계약을 해지하면서 당분간 주요 사업인 건설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계열사 간 토지 거래가 취소된 것이기에 개발 주체와 시기의 문제지 오크밸리 확장을 영원히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리조트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고 당장은 건설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