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코오롱FnC) 실적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코오롱FnC를 이끄는 이규호 코오롱인더 전무의 경영능력 입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연합뉴스
코오롱인더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9575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672억)보다 10.3% 줄었다. 영업이익은 287억 원으로 전년 동기(516억 원) 대비 44.4%나 급감했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보다 매출은 1.6% 늘고, 영업이익은 22% 줄었다. 산업자재와 필름 전자재료 부문 호조로 매출은 늘었지만 코로나 장기화와 장마 등에 따른 패션부문 적자로 영업이익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패션부문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코오롱FnC 매출은 2018년 1조 456억 원에서 2019년 9729억 원으로 줄어 ‘1조 클럽’에서 제외됐다. 영업이익도 399억 원에서 135억 원으로 떨어졌다. 올 3분기 매출도 1772억 원으로 전년 동기(1845억 원)보다 줄고, 영업손실도 199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 실적 부진의 근본적 이유가 코로나와 계절적 요인보다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패션은 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경기부침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키우고, 뷰티와 리빙 등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데,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위주의 패션 포트폴리오로 일원화해 타격이 컸다는 것이다. 코오롱FnC 매출과 영업이익은 아웃도어 불황이 본격화한 2014년을 기점으로 줄곧 하락세다.
이와 달리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은 뷰티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고, 패션에선 고급화 전략으로 MZ세대(1980~2004년생)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했다. LF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2019년 철수하고 스트리트패션 ‘챔피온’ 국내 판권 확보 등 브랜드 영역을 확장했으며,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목표로 액세서리, 뷰티, 리빙, 가구, 식품, 부동산 등 수익원을 늘렸다. 코로나 사태로 패션업체 대부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으나 LF는 유일하게 260.9% 증가한 배경이다.
중장년 남성층 위주 고객층도 코오롱FnC의 한계로 꼽힌다. 같은 아웃도어 업계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를 판매하는 더네이쳐홀딩스 매출은 2018년 1412억 원에서 2019년 2353억 원으로 늘었고,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판매하는 F&F 매출도 6683억 원에서 9103억 원으로 늘었다. 젊고 캐주얼한 제품으로 1020세대 고객층을 확보한 결과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오롱FnC는 중장년 남성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가격도 비싸 가성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가 강조되는 요즘 시대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패션업계 다른 관계자는 “패션은 유행 변화가 빨라 사업 다각화로 실적 부진을 보완해야 한다. 다각화에 늦은 업체가 큰 타격을 받는 이유”라며 “아웃도어는 레드오션으로 상품 차별성이 사라지고 이미 구매한 고객들은 재구매하는 경우가 드물어 침체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어 “휠라와 신세계인터는 아웃도어를 접고 각각 스포츠와 고급브랜드에 집중했으며, 디스커버리는 아웃도어가 아닌 스포츠브랜드로 포지셔닝해 젊은 세대에 통했다”며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단숨에 아웃도어를 접고 방향을 바꾸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FnC가 경쟁사에 뒤처진 또 다른 배경으로 패션이 그룹 중점 사업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화학과 소재, 바이오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패션은 그룹 내 중점사업이 아니었다”며 “아웃도어를 평상복 패션으로 승화시키려 디자인에 신경 쓰고 유명한 모델로 광고하면서 젊은 고객 확보에 힘썼으나 편의성까지 만족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패션부문을 2년째 총괄하고 있으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전 회장이 2019년 7월 18일 법원에 출석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이규호 전무는 이웅열 전 회장이 사퇴한 2018년 11월 코오롱인더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9년 인플루언서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기업이 생산과 유통을 맡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 ‘커먼마켓’을 선보였고, 같은 해 5월 스킨케어 브랜드 ‘엠퀴리’를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 강화로 오프라인 위주 유통망을 다양화하고, 콘셉트 스토어 ‘솟솟618’과 ‘솟솟상회’를 개장하며 젊은 이미지 전환을 시도했다. 올 1월 국내 최초로 골프브랜드 ‘G/FORE’ 수입을 시작하고, 2월 캐주얼 브랜드 ‘하이드아웃’을 인수하는 등 브랜드 영역도 확장했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유통망 다각화와 브랜드 확장 등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코로나19 여파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도 올 상반기 판매를 중단하고 내년 재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올 9월 새 스킨케어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내놨으나 화장품 시장도 이미 레드오션으로, 자리 잡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세계인터는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뷰티시장에 진출한 뒤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공격적인 신사업 행보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후계자 이규호 전무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 전언이다. 앞서 이웅열 전 회장은 2018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규호 전무가 2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리베토코리아 상황도 비슷하다. 리베토코리아는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셰어하우스 사업부문을 분할해 2018년 설립한 회사다. 매출은 2018년 12억 원에서 2019년 35억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48억 원, 46억 원 적자를 냈다.
이와 관련, 아직 젊은 나이로 경력과 경험이 부족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1984년생인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 차장으로 입사하며 그룹 경영에 합류한 뒤 코오롱글로벌 부장(2014년), 코오롱인더 상무보(2015년), (주)코오롱 상무(2017년), 코오롱인더 전무(2018년 말)로 초고속 승진했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사업을 총괄하는 COO가 너무 젊다”며 “실적 부진은 경영 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COO에 취임한 지 2년밖에 안 됐고 사업 재편과 다각화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실적을 평가하긴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이규호 전무가 패션부문을 맡은 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LF나 신세계인터도 사업다각화에 성공하기까지 5년 이상 걸린 만큼 코오롱FnC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오롱FnC 측은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패션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힘든 시기”라며 “온라인 플랫폼 강화와 신규 브랜드 출시 및 인수,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 등 노후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MZ세대를 사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무의 경영 능력과 관련해서는 “소비패턴의 변화에 대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 등의 영향을 받으며 바뀌고 있는 부분”이라며 “단순 최근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경영 능력이나 실적을 따지기에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