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오는 방석 이스잡(ISUZABU). 코로나 유행 전에는 세룰리안 블루(왼쪽)가 독보적인 인기 컬러였으나 최근엔 머스터드(오른쪽)와 그린의 인기가 급등하고 있다.
#재난 직후 녹색 인기
일본 브랜드 ‘지스크리에이션’은 자세 교정 상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팬데믹)으로 히트 상품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예전이라면, 사무용품으로 쓸 쿠션이나 방석 등은 네이비 계열의 차분한 색상들이 인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녹색이나 노란색 계열이 먼저 품절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석 이스잡(ISUZABU)이다. 이 제품은 올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코로나 유행 전에는 6가지 색상 가운데 세룰리안 블루가 독보적인 인기 컬러였다. 그러던 것이 머스터드와 그린 색상의 인기가 급등해 요즘은 블루보다 두 배 이상 잘 팔린다.
사무직을 위한 쿠션 짐팹(Jimu fab) 시리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에는 파란색 물방울무늬가 매출이 높았고, 노란색은 그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유행 이후 노란색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현재는 파란색과 매출이 동등해졌다.
지스크리에이션 디자인부서 아다치 미즈키는 “인기 색상이 변한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추측한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밝은 색상에 끌리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는 “집안에 소소한 ‘즐거움’을 더하고자 소비자들이 의도적으로 밝은 색상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재택근무가 하나의 근무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과 무늬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걸 꼽았다. “회사에서 사용할 때는 아무래도 튀고 싶지 않아 무난한 색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다”는 부연 설명이다.
일본 매체 ‘닛케이트렌드’에 따르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도 인기 색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파란색 계열을 선호했지만, 대지진을 겪고 난 후 녹색과 핑크, 노란색 쪽으로 옮겨갔다. 특히 녹색의 경우 자연과 연관돼 있어 편안함을 유도한다고 알려졌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심감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매체는 “재난 직후엔 녹색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노란색은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핑크색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쌓고자 할 때도 핑크색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가치관이나 마음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닛케이트렌드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가치관이 크게 바뀐 바 있다”면서 “코로나 재난 속에서도 비슷한 감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색상 ‘팬톤448C’는 여러 나라에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갑에 사용되고 있다.
#혐오색 활용법
반대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색도 있을까. 호주 정부는 여론조사 회사인 지에프케이 블루문(Gfk Bluemoon)과 협력해 ‘사람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컬러’를 조사했다. 흡연율을 낮추는 데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16~64세 흡연자 10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오명의 주인공은 ‘팬톤448C’라 불리는 색상이 선정됐다. 칙칙한 다크브라운에 가까운 컬러다. 참가자들은 이 색깔을 죽음, 지저분함, 오물 등으로 묘사했으며, 긍정적인 평가는 거의 드물었다.
이스라엘 매체인 ‘그레이프바인’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2016년부터 이 색을 담뱃갑 표지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담배에 자연스럽게 ‘혐오’ 이미지를 심어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팬톤448C 컬러가 담뱃갑에 이용되자 곧바로 “종래의 담배보다 맛없다”라는 의견이 속출했다는 것.
이후 팬톤448C는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올 1월에는 터키에서도 이 컬러를 담뱃갑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률이 성립됐다. 참고로 팬톤448C이라는 이름은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에서 통용되고 있는 코드 네임이다. 팬톤은 1만 가지가 넘는 색상을 고유 일련번호 시스템으로 체계화한 회사로 유명하다.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다만, 팬톤의 수석 컨설턴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모든 색이 평등하다고 본다. 가장 추악한 색이란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팬톤448C가 가진 매력에 대해 “깊이가 있는 풍부한 토양을 연상케 하는 색상으로 소파나 구두에 활용한다면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푸드점 로고에는 ‘기쁨’ ‘밝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노란색과 식욕을 자극하고 시각적 호소력이 강한 빨간색이 주로 쓰인다.
#패스트푸드점 컬러마케팅
맥도날드, 서브웨이, 버거킹 등 유명 패스트푸드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로고에 노란색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우연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거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색채가 가진 힘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노랑은 눈에 잘 띄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기쁨’ ‘밝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색상이다. 예컨대 ‘행복의 나라’ 맥도날드를 표현하는 데 노랑만큼 잘 어울리는 색도 없다. 패스트푸드점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이미지와 노란색이 주는 느낌이 딱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패스트푸드점 로고에는 빨간색도 널리 쓰인다. 이는 빨간색이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빨간색은 시각적으로 호소력이 강한 색이다. 그만큼 강한 감정을 일으킨다.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고, 동기부여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마케팅 면에서는 주로 세일 광고에 활용할 때가 많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세일 가격표나 문구가 빨간색이면 더 싸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세일 포스터에 빨간색을 넣었더니 매출이 20% 뛰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