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회장이 라임자산운용 관련 범죄의 핵심으로 꼽은 김정수 리드 회장, 부동산 개발업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 이인광 에스모 회장 등 ‘3대 회장’ 가운데 김정수 회장만 체포됐고 나머지 둘은 해외 도피설이 나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대 회장’ 가운데 1명 체포
김봉현 전 회장이 횡령·배임 등 라임자산운용 관련 범죄 관련 ‘핵심’이라고 지목한 이는 김정수 리드 회장과 이인광 에스모 회장, 부동산개발업자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 3명이다. 일명 ‘3대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이들 가운데 체포된 사람은 김정수 리드 회장뿐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출신인 그는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상장사 리드의 자금 300억 원 횡령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검찰 조사를 받다 잠적했었다. 그는 7월 6일 서울남부지검에 자수하러 찾아와 체포됐다.
하지만 남은 두 회장은 여전히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김정수 회장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업계 출신인 이인광 회장은 ‘베트남 출국설’이, 김영홍 회장은 ‘캄보디아 출국설’이 돈다. 두 명 모두 올 초부터 출국금지 조치가 걸려 있던 상황이라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밀입국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경우 라임자산운용 관련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인광 베트남 출국설
이 회장과 가까운 M&A(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이인광 회장이 안전하게 국내에서 빠져나갔다고 들었다”며 “거의 확실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사건 관련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4~5월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이 모두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고 변호사들을 통해 검찰과 수사에 응하는 조건을 상의 중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인광 에스모 회장은 베트남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자본 M&A 방식으로 여러 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조작을 통한 횡령과 주식 담보 대출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에스모와 에스모머티리얼즈·디에이테크놀로지 등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했고 라임은 이들 기업에 2000억 원 규모 펀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기술이 없는 상태임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산업에 진출하겠다며 국회에서 행사를 열었다. 그가 검찰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두터워 문어발식 로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핵심 수사 대상으로 분류됐던 이유이기도 한데,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를 부담스러워 한 이 회장이 해외로 나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일요신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인광 회장은 지난해 말, 늦어도 올 초부터는 출국금지에 걸려 있었다. 만일 베트남 등 해외로 나간 게 사실이라면 밀입국 가능성이 높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제주도 잠적설도 있는데, 이는 베트남이 밀입국하기 힘든 곳이라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다”면서도 “베트남에 정말 갔다면 밀입국일 수밖에 없다. 계속 출국금지 조치가 유효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제주도에 갔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승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개인적으로 배를 구해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홍 회장 전세기 도피설
이인광 회장의 베트남행 가능성보다 더 높게 점쳐지는 것이 김영홍 회장의 캄보디아행이다. 김 회장은 현재 라임 투자금 2000억 원대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회수 불가 판정을 받은 금액과 엇비슷한 규모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사태 대신증권 피해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사건을 잘 아는 변호사는 “김 회장이 캄보디아로 갈 때 전세기를 타고 갔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기존에 전세기가 동원된 적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김 회장과 이인광 회장 모두 보통의 도피자들과는 다르다. 여러 루트를 통해 연락을 꾸준히 하면서도 도피자금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현재 김 회장이 캄보디아를 거쳐 필리핀 등으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측에서도 이인광 회장의 국내 체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김영홍 회장은 해외로 이미 빠져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으로 가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수사
라임자산운용 자금을 활용, 무자본 M&A와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회장님’들이 10개월 가까이 잠적하는 사이, 수사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들을 술자리에서 접대했다고 폭로하면서, 법조계 비리로 수사가 방향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다른 회장들을 지목했던 김봉현 전 회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당시 라임 수사팀이 만들어지면 합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고 실제로 해당 검사가 수사팀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11월 15일 지목된 부장검사 출신 이 아무개 변호사와 나 아무개 부부장검사 외 검사 1명 등 모두 3명을 소환조사했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라임 사건 피해자들 고발에서 비롯된 금융 범죄 사건이었다면 지금은 법조 비리 사건으로 완전히 수사 영역이 달라졌다”며 “결국 핵심 피의자들인 김영홍·이인광 회장이 잠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들 아니겠느냐”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