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경만선 의원(오른쪽)이 다산콜재단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민영 이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캡처
[일요신문] 콜센터 관련 경력이 없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 연봉 1억 원 상당의 다산콜재단 본부장으로 연이어 오는 것에 대해 “서울시와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내부 의견이 나왔다. 다산콜재단 윤리경영실 관계자는 16일 “다산콜재단은 서울시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보니 서울시 공무원 출신을 모시는 것”이라면서 “직원들도 공무원 출신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같은 답변은 서울시 다산콜재단이 시민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획하기보다 상급 기관인 서울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재단 직원이 서울시 공무원 출신을 ‘모신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할 정도면 서울시 공무원들도 재단 본부장 자리를 보험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일요신문이 다산콜재단에 기획본부장, 운영본부장의 이력과 콜센터 운영 관련 경력에 대해 질의하자 재단은 ‘본부장 2명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시청 기획, 조직, 총무부서에서 다양한 시정 업무 수행경력이 있으며 사업소(체육, 수도, 대공원 등)에서 현장 업무를 총괄하는 다양한 행정경력을 가지고 있음’이라고 회신했다. 콜센터와 관련한 경력은 없는 것이다. 특히 재단 기획본부장의 경우는 연이어 서울시 공무원 출신 인사로 채워지며 콜센터 운영의 전문성보다 공무원 보신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한편 다양한 시정 수행경력과 행정경력을 가진 서울시 공무원 출신 본부장을 보유하고도 다산콜재단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다수의 지적을 받았다. 최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비 낮아진 응대율을 지적했고 김소영 의원(민생당)은 재단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위기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인력 증원만 계획했다고 비판했다.
경만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민영 이사장이 파업에 나선 다산콜센터 노동자들과 더 다각도로 대화에 나섰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경 의원은 “임금을 못 올려주면 바우처라든지, (협상을 위한 카드를) 개발해서 의회에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조와 소통하기 위한 준비 없이 행안부 지침만 고수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민영 이사장은 “처우개선 방안들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며 노조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재단에 노조와 교섭을 위해 어떤 방안을 준비했는지 묻자 재단은 ‘행정안전부 총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 범위 내에서 노조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건 재단이 준비했다던 방안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서울시의회의 지적대로 노조와의 교섭에서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며 파업을 방치한 것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단에 협상 카드가 준비되지 않은 것이냐고 묻자 재단 윤리경영실은 “답변 드린 내용대로다. 기획관리본부(본부장 이구석)에서 답변한 것이고 저희(윤리경영실)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콜센터 관련 경력이 전무한 공무원 출신이 서울시 공공기관의 고위직으로 연이어 오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시 공무원들이 재단에 오는 걸 잘했다고 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다산콜재단을 관할하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경만선 의원은 “시의회에서 그 같은 발언이 나온 적이 없다. 공무원들이 관성적으로 공공기관의 자리를 나눠 갖는 건 공공성과 전문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