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대검찰청대강당에서 열린 대검신년다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이낙연 대표는 11월 11일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 구상을 밝혔다. 이날 오전 충북 괴산군청에서 열린 민주당 지역균형뉴딜 충청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세종에 국회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그 구체안을 곧 국민 앞에 상세히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7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 세종 이전을 언급하며 행정수도 이전론에 불씨를 지핀 지 약 4개월 만에 나온 공식 발언이었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2004년 헌법재판소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따라 일단락됐던 바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은 서울 여의도에 국회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우회 전략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뜬금없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봉창 두드릴 일이 아니다”며 “국민들이 눈속임 당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송구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충청권 인사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방향성에 동의한다. 다만 근본적으로 세종시를 완성하려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을 포함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찬성한다”며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세종시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역시 찬성 의견을 보인 상태다. 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 인구와 기업을 끌어당길 수 있는 흡입력을 가지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의 국회 세종시 이전 발언을 두고 정가에선 윤 총장 지지율 상승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세종으로 국회를 이전하는 안은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시장 선거에 민감한 주제를 이낙연 대표가 이렇게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당 내외에서는 대선 때 충청표를 의식한 이낙연 대표의 의지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은 충남권 인사로 분류된다. 윤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연세대 교수였던 윤 총장의 부친 윤기중 전 교수는 충남 공주와 논산 사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파평윤씨 집성촌도 논산시 노성면과 공주시 탄천면 일대에 분포한다.
실제 충남에서는 윤석열 총장 인기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7월 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속에 윤 총장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추 장관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인 의견이 오차 범위 안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과 전혀 다른 결과였다(6월 30일∼7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총장뿐 아니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충청도 사위’로 불리며 충청권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충남 논산시 강경읍 출신이다. 김미경 교수의 할아버지 고 김교철 전 조흥은행장 고향이 강경이다. 김 전 행장은 서울에서 아이 넷을 낳았지만 둘째와 셋째가 강경상고 출신이다.
김교철 전 행장의 첫째 아들이 김미경 교수 부친인 김정호 전 한일은행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교수를 단순한 정치인 아내로 보지 않는다. 정무적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귀와 입이 되는 언론 동향 분석과 메시지 작성까지 수시로 돕는다고 알려졌다.
충청 지역에서는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이루지 못한 꿈을 꿔보자는 열망이 가득하다고 전해졌다. 충청도 출신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세가 세지만 충청도는 원래 보수적인 색채가 가득한 곳이다. 아직도 고향 따지는 사람이 많은 곳이 바로 충청도다. 윤석열 총장의 대권 도전을 원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바로 합류하려고 과거 중도층 조직을 흡수해 윤석열 캠프 예비 조직을 만들어 놓은 사람도 많은 상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