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극작가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괴테의 이런 선견지명을 요즘처럼 체감하기 쉬운 때도 없었던 듯하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유행하면서 셀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특히 외모가 뛰어나거나 근사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좋아요’를 많이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고, 그 결과 미용성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여성들뿐만이 아니다. 남성들 역시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런 트렌드가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팬데믹)에도 시들긴커녕 더욱 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용성형 업계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용성형 업계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남성들이 외모를 가꾸고 용기 내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니, 미간 주름은 언제 이렇게 생긴 거지?’ ‘어떻게 나랑 동갑인 저 친구는 머리숱이 저렇게 많은 거야?’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화상회의를 하는 횟수도 늘었다. 매일 아침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서 화상회의를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동료들의 얼굴이다. 그보다 더 자주 보게 되고, 또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의 얼굴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이 마치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비친 내 얼굴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주름과 점, 그리고 듬성듬성해진 머리숱을 보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렇게 외모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히 미용성형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데니스 폰 하임브루크 전문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성형업계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마스크로 시술 부위를 가리거나, 화면을 통해 비대면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용기 내서 미용 시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고객들 가운데 대기업 임원, 은행원, 변호사 등도 많다는 점이다. 딱히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줌 화상회의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보톡스를 맞거나 처진 눈꺼풀을 올리는 시술을 받는다.
또한 모발 이식을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유명인들 가운데는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FC 감독인 위르겐 클롭, 그리고 독일 연방하원의원인 크리스티안 린드너가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모발 이식을 받은 후에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시술을 받으면 5~10년은 젊어 보인다.
지난 몇 달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남성들의 미용성형 횟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시술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미용성형수술협회(vdäpc)가 최근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서는 8만 건 이상의 미용성형수술이 시행됐으며, 이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4% 정도였다. 이는 2017년과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모발 이식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모발 이식을 받은 후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사진=AP/연합뉴스
사실 남성들의 미용성형은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남성들도 예뻐지기 위해서 얼굴에 칼을 대긴 했다. 심지어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도 미용성형은 실시됐다. 미용성형 시장은 19세기 말 마취 기술이 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으며, 이때서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초의 성형수술이 시작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기술과 높아진 생활수준 덕분에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성형수술이 붐을 이뤘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용성형을 받는 사람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용성형을 하는 남성들의 수는 늘어났다. 많은 남성이 외모에 신경을 쓰면서 얼굴에 보톡스를 주입하고 있으며, 피트니스센터에서는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 가게에 남성 전용 화장품이 진열되고, 남성 전용 홈케어 산업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임부르크 전문의는 “남성들은 과거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하고 건강식을 찾아 먹는다고 해도 40~50세가 되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0년 전만 해도 여성형 유방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용기 내서 수술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함부르크 미용성형전문의인 얀 네벤달은 “예전에는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들은 이를 숨기기 위해서 스웨터를 세 벌씩 겹쳐 입고, 또 그 위에 재킷을 걸쳐 입는 식으로 생활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를 숨기는 대신 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그의 병원에서 가장 빈번하게 행해지는 미용시술이다.
이렇게 미용성형업계가 호황을 이루는 데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지난 1972년, 이미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들은 미의 기준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의 유행이나 광고 등에 의해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외모와 성공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미용성형 시장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학자인 아다 보르켄하겐은 “사실 외모가 뛰어날수록 살면서 이득을 더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잘생기거나 예쁠수록 좋은 직업을 얻고, 또 소득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슈테른’은 말했다. 보르켄하겐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2011년 재정위기에 처했던 그리스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극심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을 성형시술에 지출했으며, 미용성형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