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올해 정기 인사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곳은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선임 여부가 특히 이목을 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회장 선임과 그에 따른 조직 개편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통한다. 다만 국정농단과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과 관련된 재판이 변수다. 법조계에선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재판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은 오는 2021년 1월 이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삼성 정기 인사 시기에 대한 관측이 엇갈린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동안 삼성은 통상 12월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이 부회장의 사법 이슈가 불거진 직후엔 인사 시점이 조정된 바 있다. 2016년엔 국정농단 재판으로 연말 임원 인사를 미루고 다음해 5월, 11월에 인사를 했다. 2019년에도 같은 이유로 연말을 건너뛰고 올해 1월에 진행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회장 선임부터 올해 정기인사 등이 줄줄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 안팎에선 수장의 굵직한 사법 이슈가 두 건이나 얽혀있는 만큼 조직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회장 선임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도 ‘현 체제 유지설’에 힘을 싣는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뒤 6년여 동안 이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다져놨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이끌어 낸 실적 선방이 인사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삼성의 인사원칙은 성과에 방점을 찍는다. 삼성전자 김기남 반도체(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가전(CE)부문장 사장, 고동진 무선(IM)부문장 사장 등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이사 3인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의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연말 인사에 대한 무게감이 타 그룹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2019년 상반기부터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다만 올해 정의선 회장이 총수 취임 이후 맞는 첫 연말이라 관심을 모은다. 특히 변화가 있다면 부회장단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정몽구 회장 재임 시절 선임된 부회장단을 세대교체와 조직개편 등의 일환으로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올해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이 인사를 통해 던질 경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오너 일가로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을 제외하면 선대 시절 부회장은 현재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이 남아있다. 이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동안 정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임원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하언태 국내생산담당 사장, 김걸 기획조정담당 사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이광국 중국사업 총괄 사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모빌리티 혁명’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는 점도 향후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임원진의 변화로 현대차그룹 미래 경영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은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 직책을 신설하고, 담당임원으로 지난 3월 사임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유럽 시장 영역 확대에 나선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브랜드, 수소전기트럭과 같은 친환경 모빌리티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천명한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
SK그룹은 오는 12월 초 정기 임원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지주사 SK와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의 최고경영진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장동현 지주사 SK 대표이사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재선임됐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019년부터 임기를 시작해 2022년까지다.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거취 변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임기도 2023년 3월까지다.
SK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핵심 임원 인사를 했던 만큼 CEO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사진=일요신문DB
다만 다른 임원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지난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20 SK CEO 세미나’ 이후 이례적으로 후속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SK그룹의 CEO 세미나는 그룹 내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소 인원만 참여했지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CEO들이 모두 모여 미래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인 데다, 행사가 끝난 이후 계열사 인사 평가가 진행된다. 사실상 연말 인사를 앞두고 마지막 평가를 받는 자리인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CEO세미나 분위기는 다소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 계열사 가운데 일부가 신사업 발굴 및 사업 방향 전환 작업 등에서 지적을 받았고, 후속 보고 절차까지 밟게 됐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경영 전략으로 ‘딥 체인지’를 제시했다.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조직·기업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업의 본질을 바꾸라’는 말과 함께 기존 주력 사업 외에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CEO 세미나의 이례적인 분위기와 이후 절차가 연말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SK그룹 안팎의 관심사다.
#LG그룹
LG그룹은 이르면 11월 2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국내 4대 그룹사 가운데 가장 빠르다. 지난 10월 19일부터 시작한 계열사 사업보고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주)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부회장단 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와 LG화학 물적분할 등 굵직한 이슈가 올해 LG그룹 정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 여의도 사옥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3년 전 취임 이후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첫해 CEO 및 사업본부장급인 최고위급 경영진 11명을 교체했고, 2019년에도 최고위급 임원 5명을 교체했다. 다만 짧은 시간에 그룹 수뇌부가 대폭 교체됐던 만큼 올해는 그룹 안정을 위해 현 부회장 4인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LG그룹 안팎의 관측이 나온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 분리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에 따른 인사 폭도 주목된다(관련기사 LG 4세 체제 마지막 퍼즐 ‘구본준발 계열분리’는 어떤 모습?). LG화학 물적분할로 신설되는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에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그룹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 멘토로 손꼽히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눈길을 끈다. 권 사장은 사장직을 맡은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LG전자가 올해 3분기까지 낸 흑자가 지난해 전체와 맞먹는 등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인 만큼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