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했던 A 회사 전직 직원 B 씨의 말이다. A 사는 최근 운영하던 채팅 사이트를 연달아 닫았다. A 사 대표는 기존 회사를 없애고 MCN(유튜버나 BJ를 관리하는 기획사) 회사를 새로 차려 영업 중이다. B 씨는 “과거 흔적을 지우고 양지로 나오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 씨가 제공한 사진에는 직원들이 채팅을 관리하고 있었고 사용자들은 성기를 보여주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B 씨 제공
광고를 보고 접속한 남성 회원들은 여성들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을 포인트로 사서 내야 한다. 남성 회원들이 대화를 시작하면 직원들은 여성인 척 응대하기 시작한다. B 씨는 “이미 포인트를 지불해서 채팅방에 입장하면 최대한 빠르게 대화를 종결해서 이 남성들을 또 다른 채팅방으로 입장시키는 게 직원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B 씨는 “처음 입사하면 회원들과 채팅하는 요령을 교육받는다. 회원들과 대화하다가 키를 물어보거나 얼굴·성기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 뒤 ‘키가 작다’ ‘성기가 작다’ ‘얼굴이 별로다’ 하고 퇴장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채팅을 조기 종결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채팅 중에 계좌번호는 절대 적지 말라고도 교육 받았다”며 “그럼에도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계좌번호를 통해 남성들 돈을 따로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B 씨가 보여준 사진 속 직원들은 다양한 채팅방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이 관리하는 채팅방에는 남성 회원들이 자신의 성기나 벌거벗은 채 물구나무 서 있는 사진 등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는 주간조, 야간조로 나눠 조별 서너 명 정도의 직원들이 출근해 채팅방을 관리했다.
채팅 앱 리뷰를 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리뷰에는 ‘사기 앱이다. 절대 포인트 충전하지 말라’, ‘결제 포인트만 깎아 먹고 여성회원은 가짜인 것 같다’, ‘아이디 약 20개 만들어서 테스트 해본 결과 비슷한 멘트로 똑같은 사람이 보내는데 알바, 매크로 혼용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B 씨는 “어쩌다 광고로 유입되는 실제 여성 회원이 한 달에 한두 명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가짜였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회원도 없는 데다 직원들이 기계적 답변만 하고 강퇴를 반복하다 보니 리뷰 점수나 평판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채팅 사이트는 얼마 안 돼 폐업에 이르게 된다. B 씨는 “채팅 사이트를 만든 뒤 광고를 통해 회원을 유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돈을 뽑아내야 한다. 오래 갈 수가 없다. 결국 평판이 바닥으로 치닫고 유입자가 줄어들고 더 이상 돈이 안 되면 폐업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창업한다. 내가 근무할 때 채팅 앱 3개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채팅 앱 리뷰는 사기라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사진=구글 스토어 캡처
A 사 관계자는 “채팅 앱에 실제 여성회원들이 다수 가입했고 회사는 채팅 플랫폼만을 제공했다”면서 “B 씨는 A 사가 가짜 채팅 사이트였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거짓 협박을 하고 있다. B 씨는 고객응대 등 관리자 업무만 했으며 회사 경영 방침 및 세부적 사항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B 씨는 “내가 근무했던 기록과 채팅을 관리하는 사진이 있는데 허위라고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송플랫폼인 화난사람들 대표 최초롱 변호사는 “처음부터 여성유저 대신 직원이 채팅할 의도였거나 여성 사용자를 연결해줄 능력이 없었음에도 B 씨의 말과 같은 사업을 구성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며 “서비스 운영 현황, 유저가 결제하는 시점, 직원이 채팅을 하게 된 경위 등을 따져 봐서 구체적으로 사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게 되겠지만, 실제 여성 회원은 몇 명 안 되고 대부분 직원이 여성인 척 채팅을 했다면 사기라고 볼 여지가 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