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내 입장에서 가덕도신공항 하면 좋다. 지역구 사하와 가깝다. 하지만 정치는 지역적 이기주의에 따라 하는 것도 아니다. 김해신공항을 문재인 정권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 진정성이 우러나지 않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의 타당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하는데, 밑에 사람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느낌이 든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직접 체감하는 민심은 어떤지 궁금하다.
“서울도 그렇지만 부산 경제가 너무 안 좋다. 정부가 최악의 경제정책 펴고 있는 것에 대해 부산 시민들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부산시장은 유리하고, 서울시장은 접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서울시장 선거는 굉장히 어려워지고, 부산시장도 많이 어려울 거라고 본다. 최근 여론조사 보면 부산시장 선거도 민주당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야권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장 선거는 서울시장 후보가 잘 정해지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종인 퇴진론에 앞장서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제자리다. 여당이 잘하는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민심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야당이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선거가 끝난 지 언제인데 아직도 비대위냐’ 불만이 많다. 조기 전당대회라고 볼 것도 아니다. 비대위 6개월 했으면 많이 한 것 아니냐. 비대위를 1년 가까이 끌고 가는 것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우리가 문재인 정권을 비정상적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비정상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다.
“다른 의원들은 나름대로 정치적 판단을 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야당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 학급에 25명 정도 되는 초등학교에서도 반장이 없으면 자기들 손으로 반장선거 다시 한다. 반장할 깜이 없다고 다른 반에서 데려와 대표자 판정 맡기지 않는다. 하물며 수십만 명 당원을 보유하고 100명 이상 국회의원이 있는 당에서 당대표를 뽑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거다. 그러니 여당이 저렇게 못해도 야당은 대안이 안 된다 보는 거다. 대표도 못 뽑는 무능한 정당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이 표 주겠느냐. 우리 정당은 인물이 없다고 하는데, 인물 없는 정당을 찍어주겠나. 스스로 무능함을 표시하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다.”
―조기 전대 목소리가 최근엔 나오지 않는다.
“현재는 정기국회, 예산국회다보니 조용한 것 같다. 비대위 지도부가 선거 승리를 담보해내면 좋은데, 그럴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계속 나온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지금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 있다 볼 수 있다.”
―보궐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전당대회를 여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선거를 몇 개월 남기고 창당도 하지 않나. 미래통합당도 2월에 창당해 4월에 총선을 치렀다. 과거 새천년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전당대회는 창당보다 물리적 시간이 훨씬 여유롭다고 본다.”
―전당대회를 연다면 적당한 시기는 언제라고 보는지, 전당대회와 보궐선거 후보 경선 함께 진행할 수도 있나.
“늦어도 1월 말이다. 정기국회 끝나고 바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발족하고 30~40일이면 충분하다. 전당대회는 전당대회대로 치르고, 후보 경선은 따로 하면 된다. 새로운 지도부에 다 맡겨야 한다. 만약 보궐선거에서 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임시체제인 비대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 새 지도부가 책임지고 후보를 만들어 선거로 평가 받으면 된다.”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인가.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될 각오로 당에서 필요로 한다면 헌신할 각오는 돼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제기한 ‘야권 재편론’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도 안철수 대표가 말하기 전부터 야권은 단일대오로 가야 된다고 주장해왔다.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안철수 대표는 혁신 플랫폼이라고 말하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에 ‘빅텐트’를 치자는 구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 안철수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정책연대든 야권통합이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거다. 나도 그 부분에 동의한다. 야권통합으로까지 깊게 갈 것인지, 연대만 할 것인지는 정무적 판단을 해봐야 할 것이다.”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우리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이고,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세력은 다 연대하고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계입문은 윤석열 총장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해 당이 애써 외면하고 배척할 필요는 없다. 당 일부에서 ‘윤석열 총장은 야당 사람 아니다’ ‘우리 쪽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서툰 표현이다.”
―윤 총장이 정치에 뛰어들어도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있겠냐는 비판적 시선 많다.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특정인을 반강제적으로 들어와라 말아라 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것을 막는, 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내 잠룡들 경쟁력이 약해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거론되는 당내 잠룡들의 나름 하겠다는 의지는 참 존중한다. 하지만 지지율이 미미하다. 야당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들 힘만으로 바람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 그동안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들이 거론돼야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5선을 하면서 공교롭게 여당보다 야당 시절이 길었다.
“그렇다. 여당은 5년 해봤다. 민주당 시절 야당이었던 때가 훨씬 길었다. 당적 옮기고는 국민의힘이 야당이 됐다. 야당은 계파나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소의를 버리고 대의를 추구해야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주위에서) 부산시장 출마 권유는 없나.
“사실 많이 있다. 당에서 ‘부산시장을 도저히 놓칠 수 없다. 조경태가 가서 희생하라’ 요청하고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재고해봐야 하지 않겠나. 어떤 위치나 자리에서든 당 또는 시민들이 원한다면 헌신할 자세가 돼있다.”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나서면, 부산시장이나 차기 대권은 도전할 수 없다.
“현재는 당을 살려야 하니까 당대표에 마음이 많다. 제가 아니더라도 당 안팎에 훌륭한 주자들이 많다. 그런데 잠룡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지율이 안 올라간다. 그들이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보다 개인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이 엉망이라 토양이 안 좋아서 그렇다. 제가 헌신해서 토양을 잘 만들려 한다. 그 위에서 후보들이 공정한 룰에서 경쟁해 한 사람의 후보를 만들어, 그가 정권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원조 친노 중 한 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오랫동안 옆에서 봐왔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잡은, 준비가 덜 된 정부라고 생각한다. 제일 대표적인 게 부동산 대책이다. 잘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을 망가뜨렸다. 젊은이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마저 다 없애버렸다.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정권이 반성이나 사과를 안 한다.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느냐. 이러한 정부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바뀌길 바란다. 하지만 제1야당이 존재감이 없다. ‘103석밖에 없어서 못 한다’는 건 핑계다. 제가 야당이었던 18대 국회 때는 81석으로도 견제했다. 그래서 내가 발끈한 것이다. (그때보다) 무려 20석이나 많은데. 능력의 차이인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