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된 김재호가 남긴 말이다. 김재호는 이날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 사구 1개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5회 안타성 타구를 뛰어 오르며 잡아냈다. 2루로 달리던 1루 주자의 망연자실한 뒷모습은 덤.
김재호는 지난 18일 맹활약으로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진=두산베어스 페이스북
김재호의 이날 홈런은 그의 한국시리즈 커리어 첫 홈런이다. 37경기만의 첫 홈런으로 KBO리그 신기록이기도 했다. 종전기록 SK 박경완의 33경기 기록을 경신했다.
누구보다도 꾸준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김재호는 지난 2008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한국시리즈에 8번 진출했다. 그 중 37경기에 나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4시즌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그는 신인,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면 2008시즌부터 빠짐없이 팀이 나선 한국시리즈에 모두 출전했다. 7차전으로 치러진 시리즈 중 6경기에 나섰던 2013시즌 한국시리즈를 제외하면 매번 진출 때마다 모든 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첫 경험이었던 2008 한국시리즈에서는 주로 교체로 큰무대 경험을 쌓았다. 5경기에 나섰지만 들어선 타석은 12타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11타수 3안타 타율 0.273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우승은 SK 와이번스에 내주며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5년뒤인 2013 한국시리즈에 재도전 했지만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재호 개인으로서도 아쉬운 성적이었다. 6경기에 나서 16타수 3안타 타율 0.188로 부진했다. 선배 손시헌의 존재 탓에 2루수나 3루수로 경기장을 밟았다.
2015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의 14년만의 우승이자 김재호의 첫 우승이 실현됐다. 김재호가 붙박이 유격수로 본격적으로 나선 시리즈이기도 하다. 김재호는 5경기에 모두 나서며 20타석에 들어서 13타수 5안타 2타점 5득점 5볼넷 2사구로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시리즈 타율은 0.385였다.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에서는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16 한국시리즈에서도 전경기 선발 유격수로 출전하며 팀의 2연패에 기여했다. 특히 단기전에서 빛을 발하는 수비로 시리즈 전적 4-0을 이끌었다. 타격에서도 14타수 4인타 타율 0.286으로 힘을 보탰다.
2017 한국시리즈는 김재호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부상 여파로 몸상태가 온전치 못했고 5경기 중 2경기에 선발에서 제외됐다.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수비에서도 실수를 범했고 10번의 타석에서 단 한개의 안타는 물론 볼넷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우승은 상대 KIA에게 내줬다.
2018 한국시리즈에서도 난조가 이어졌다. 팀 내 중심타자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김재호에게 많은 짐이 지워졌지만 24타수 4안타 타율 0.167로 부진했다. 우승 트로피는 SK에게 넘어갔다.
이듬해 두산은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김재호도 함께 날아올랐다. 11타수 4안타 타율 0.364의 호성적을 내며 키스톤 콤비 오재원과 함께 베테랑으로서 중심을 잡았다.
압도적인 모습으로 4-0 스윕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2020시즌 한국시리즈는 1차전을 내줘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호는 생애 최초로 한국시리즈 데일리 MVP를 수상하며 시리즈 전적을 1-1로 맞췄다. 오재일, 박건우, 김재환 등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오재원도 부상이 겹쳐 김재호의 어깨가 무겁다. 개인 통산 여덟번째 시리즈에서 베테랑 김재호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