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화산면 운곡리에 조성된 공원묘지 ‘호정공원’ 전경
[완주=일요신문] 완주군이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공원묘지 조성사업 현장에 대해 공사중지 처분과 형사고발까지 해놓고 합법화시켜주는 불법 세탁행정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유의식 완주군의원
완주군의회 유의식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완주군의회 256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호정공원묘지 조성사업’에 관한 군정질문을 통해 산지복구설계 변경·승인과 기부채납 이행 등의 과정에서 정상적인 행정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 파문이 일었다.
완주군이 군계획시설로 인가한 호정공원 조성공사 과정에서 산지복구 설계기준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시공한 현장을 적발해 공사중지와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 놓고 불법행위를 반영, 산지복구 설계기준를 완화시켜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또 당초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실시계획 인가를 내주고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원묘지 설치허가를 내준 사실도 들춰냈다. 더욱이 해당 기부채납 행위가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법적 효력 여부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해당 현장은 (재)호정공원이 2009년 9월부터 전북 완주군 화산면 운곡리 산100-7번지 일원에 조성하고 있는 축구장 66면 크기인 47만 3,518㎡의 대규모 공원묘지 호정공원이다.
호정공원은 2016년 12월 19일 실시계획인가 변경신청에 대한 완주군의 현장점검 과정에서 산지복구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고 경사면을 불법으로 시공한 7곳이 적발돼 2017년 2월 28일 공사중지 통보와 함께 형사 고발됐다.
그러나 호정공원은 공사중지 통보를 무시하고 공사를 계속하다가 같은 달 29일 2차 공사중지 통보를 받았으나 또다시 불복하고 공사를 진행해 2018년 12월 호정공원 이사장과 시공업체가 추가로 형사고발 조치됐다.
호정공원은 이처럼 완주군의 행정조치를 무시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도 불법현장에 대해 산지복구 설계기준을 완화하고 사업을 1, 2차로 분리, 사용승인을 요청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였다.
완주군은 호정공원의 요청을 반려했고 두 번째 신청도 2018년 2월 전북도 산지관리위 심의까지 요청했다가 심의 전에 취소했다. 호정공원의 요청이 설계기준 완화 규정인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42조 제3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규정에 관할청인 완주군이 ‘산지의 지형여건 또는 사업의 성격상 복구설계서 승인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할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어…’라고 돼 있으나 호정공원의 요구가 ‘합리적인 사유’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산림청 등이 유권해석한 ‘합리적인 사유’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기준에 적합한 복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경우 ▲산지지형의 특성 또는 사업의 성격상 복구설계서 승인기준대로 시공하면 공사과정에서 재해 또는 안전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호정공원은 비탈면으로 인한 안전성 확보 및 경관훼손 최소화를 전제로 ▲사면 암반구성 붕괴위험 없음 ▲사면조성 완료 3년 경과 안정화 ▲안전진단 전문기관 건토결과 안전성 평가 ▲추가공사비 10억원 소요 경제성 상실 및 공사비 조달로 인한 자금압박 등을 ‘합리적인 사유’로 제시했다.
호정공원의 요구는 “공사현장이 암반이어서 무너질 위험이 없고 추가 공사비가 과다하게 소요돼 설계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것으로 산림당국이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합리적인 사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완주군 입장도 같았다.
그런데 호정공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합리적인 사유에 대해 전북산지관리위에 심의를 받도록 하라’는 ‘의견 표명’을 통보받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완주군은 국민권익위의 ‘의견표명’을 이유로 ‘합리적인 사유’를 무시하고 전북도산리관리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전북도도 이를 받아들여 산지관리위를 개최해 의결 처리했고 완주군이 이를 근거로 산지복구 설계기준을 완화시켜 줬다.
결국 완주군은 ‘합리적인 사유’를 판단하지 못했지만 국민권익위가 통보한 ‘의견표명’을 ‘합리적인 사유’로 포장해 전북도산지관리위 심의를 요구했고 전북도는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데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유의식 의원은 “국민권익위의 ‘의견표명’ 조치는 해당 기관에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이행 의무가 없는 것인데도 불가피한 사유인 것처럼 호도해 핑계로 이용했다”며 “완주군은 물론 전북도와 국민권익위까지 나서 불법을 세탁해준 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부채납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1차 사업 사용승인을 내준 것도 완주군이 호정공원에 맞춤형 특혜를 제공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완주군은 호정공원 실시계획 인가를 내주면서 공원묘지 설치허가 조건으로 공원묘지 중 묘지와 기반시설, 원형보전녹지 등 3만㎡에 대해 사업 완료 후 기부채납을 받기로 하고 공증까지 받았다.
그런데 완주군은 1, 2차로 사업을 분리해 실시계획인가를 변경해주면서 당초 기부채납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으나 사업분리를 이유로 기부채납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1차분 사업에 대해 공원묘지 설치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 기부채납이 법률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의문시되고 있어 재산권 분쟁 등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재단법인인 호정공원은 기본재산을 증여할 경우 이사회에서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전북도의 기본재산 처분허가를 받아야 한다.
호정공원은 이 같은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기부채납증서만 공증을 받아 제출했으며 완주군은 이사회 회의록과 전북도의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기부채납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호정공원이 기부채납을 거부하거나 무효를 요구할 경우 재산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실제 대법원은 1978.7.28. 선고 78다783에서 ‘기본재산의 감소 또는 증가 등은 정관의 기재사항 변경으로 이 같은 경우 주무부처의 허가를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하며 주무부서의 허가가 없으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기부채납에 대한 계약절차도 빠졌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5조(기부채납) 제5항’ ‘기부를 조건으로 건물이나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용·수익허가를 하기 전에 기부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행각서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박성일 군수는 “복구설계서 승인기준 완화는 권익위 의견표명을 존중해 전북도 산지관리위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며 “이견이 있고 바람직스럽지 않으나 결과적으로 불가피한 승인사항이었다”고 변명했다.
또 박 군수는 “공증 받은 기부채납 증서를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2차분 준공 시까지 기부채납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혜의혹에 대한 해명을 회피했다.
유의식 의원은 “호정공원 산지복구 설계기준 완화와 기부채납 미이행 상태에서의 공원묘지 설치허가 등은 불법을 합법화시켜주고 맞춤형 특혜를 제공한 부당한 행정처리”라며 “의혹과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감사 청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