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23일 ‘사격장 폐쇄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용천리 사격장 군부대 정문 앞까지 진출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정동균 군수가 끝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일요신문=양평] 양평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국민 대책위원회(위원장 이태영, 이하 범대위)가 23일 ‘사격장 폐쇄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정동균 양평군수와 전진선 군의장 및 군의원, 전승희 도의원, 김선교 국회의원, 최재관 민주당 지역위원장, 방수형 양평군주민참여예산위원장, 홍성표 새마을지회장, 최종열 자유총연맹지회장, 이미원 바르게살기지회장, 채옥순 여성의용소방대연합대장, 염민호 양평청년회의소회장, 양재학 청운비승사격장 위원장, 윤태로 양평비행장·청룡사격장 위원장, 최인성 옥천면장과 덕평1리, 용천2리 주민 등이 함께 한 이날 집회는 오전 10시 양평읍 덕평리 사격장 입구와 오전 10시 40분 옥천면 용천1리 부대 입구에서 각각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용문산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주민 목숨 위협하는 용문산 사격장 즉각 폐쇄하라” “더 이상 못 참겠다! 사격장 폐쇄 이전을 강력히 요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격장 입구 부대 정문까지 가두행진에 나섰다. 행진이 부대 정문에서 막히자 용문산 사격장 폐쇄를 위한 트랙터 5대가 진입하기도 했다.
범대위는 이날 집회와 동시에 ‘용문산사격장’과 청운면 ‘비승사격장’ 진출입로를 폐쇄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전차포 및 헬기사격이 가능한 양평읍 ‘용문산사격장’과 청운면 ‘비승사격장’ 등 대형화기 사격장 2곳과 소형화기 사격장 1곳, 헬기훈련 비행장 1곳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사격훈련장이 있어 수십년간 크고 작은 피해를 받아왔다.
집회에서 범대위 이태영 대책위원장은 “용문산 사격장은 우리 군민의 땅이다. 지난 1982년 군유지 무상대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땅도 아닌데서 자기들 땅처럼 자기들의 재산처럼 주장하고 사고를 치는 이런 행태가 말이 되느냐”면서, 양평군 땅 반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23일 용천리 사격장 군부대 정문 앞까지 진출한 집회 참가자들
# 정동균 군수 “오늘부터 양평군에서의 훈련은 군수를 넘어야 할 것” 강력투쟁 예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동균 양평군수는 “양평군민들은 수십 년간 사격훈련의 각종 소음과 진동을 국가안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고 살아왔다”면서 “군수로서 군민 안전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오늘 이후로 용문산사격장을 비롯해 양평관내 모든 사격장의 훈련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군에서의 사격훈련은 군수를 넘어서야 한다. 12만 군민을 넘어서야 훈련을 할 수 있다”며, “12만 양평군민과 함께, 1500여 공직자와 함께 반드시 막겠다”며, 강력 투쟁할 것을 거듭 예고했다.
전진선 군의장과 김선교 국회의원, 덕평1리 김시년 이장(용문산사격장 대책위 부위원장), 용천2리 정재국 이장(용문산사격장 대책위원장) 역시 “도심을 가로 지르는 사격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용문산 사격장 뿐”이라면서 “그동안 밤낮 없는 훈련으로 소음에 시달리고, 총알과 포탄이 마을에 떨어지는 등 양평군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말살했던 사격장을 반드시 폐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범대위는 전우석 국장이 낭독한 성명서에서 “이번 용천리 민가주변 농지에 추락 폭발한 현궁 미사일 오발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면서 “범대위는 13만 양평군민을 대표하여 이 시간 이후 용문산사격장 진출입을 전면 차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 목숨보다 군 전투력 유지에 급급한 국방부를 향해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용문산사격장 훈련을 즉시 중단하라! ▲국방부는 용문산사격장 즉각 폐쇄 및 이전계획을 수립하라! ▲국방부는 군부대 유휴부지를 즉시 양평군민에게 환원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범대위는 향후 각종 준법적인 집회, 시위를 통해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용문산 사격장 폐쇄를 반드시 이뤄낼 것을 천명하고 2시간여만에 해산했다.
양평읍 신애리(77%)와 덕평리(15%), 옥천면 용천리(8%) 등 3개 마을에 걸쳐 총 470여 만㎡에 이르는 용문산 사격장은 지난 1982년부터 양평군 관내 주둔중인 20사단이 대전차포 사격장으로 조성해 현재까지 40여년 간 군이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약 57만평이 양평군 소유 군유지이지만 1997 대부기간 만료 이후에도 현재까지 군이 사용하고 있다.
사격장 진출입로를 봉쇄하기 위해 트랙터가 진입하고 있다.
# 폐쇄 요구에 국방부, 국가안보 논리와 함께 이전부지 제공 등 조건 내걸어
1999년 사격장 이전 건의(양평군→국방부)에 이어 2002년 범군민투쟁위가 발족됐고, 2008년 양평 발전연대의 사격장 이전 성명서 발표, 2008년 사격장 이전 건의서 제출(양평군→국방부) 등 양평군은 그동안 지역발전 저해와 주민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사격장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국방부는 국가안보 논리와 함께 이전부지 제공과 주민 민원해소 등을 충족할 경우 협의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불발돼 왔다.
그러자 2015년 8월 18일 양평 용문산 사격장 폐쇄를 위한 범·군민 대책위원회가 발족됐으며, 2016년 5월 5일 용문산 사격장 폐쇄 및 안보체험행사 철회요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17년 9월에는 사격장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와 갈등 해소를 위해 민·관·군이 처음으로 정례화된 공식석상에서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하여 머리를 맞대고자 구성된 협의체인 ‘용문산 사격장 갈등관리 협의체’가 발족됐다.
2018년 3월에는 양평경실련이 국방부를 방문, 양평군민의 오랜 염원인 ‘용문산 사격장’ 폐쇄 입장을 서주석 차관에게 전달했으며, 같은 해 9월 21일 용문산 포사격장 이전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차원의 입법지원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정동균 양평군수는 지난 7월 17일 범군민대책위원회와 함께 ‘군소음보상법’의 하위법령 제정과 관련해 국회를 방문, 해당법령을 대표 발의한 김진표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정 군수는 용문산 사격장 이전을 위해 2018년 6월 문희상 국회의장과 인근마을을 동행 방문했으며, 8월에는 문 의장을 비롯 더불어민주당 전해철·김태년 전·현직 정책위의장을 만나 사격장 이전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이번 고성능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사고에 대해 정 군수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용문산사격장의 폭발음, 비산먼지, 진동 등을 ‘국가안보’를 위해 힘겹게 감내해 왔으나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면서, “양평군민의 생명 수호를 위해 요구 사항이 이행 되지 않을 시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발표하고 강력 대응을 천명했었다.
용문산사격장 폐쇄 결의발언을 하고 있는 정동균 양평군수
# 사격훈련으로 각종 사고 발생...‘엎친데 덮친격’ 양평군 겹친 규제만 7가지
그동안 사격 훈련 중 도비탄 사고 및 산불 발생 등 다양한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996년 및 1998년 사격장 인근 민가에 사격장 파편과 탄두가 발견된데 이어 옥천면 용천리 음식점 건물 처마에 전차포 파편이 관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2001년에는 군민 숙원사업인 전문대학 유치가 국방부와 20사단 부동의로 무산됐으며, 2004년에는 훈련장 인근 신병교육대에서 TNT폭발로 군인 1명이 사망하는 등 6명이 사상당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007년에는 양평읍 소재 양평로타리클럽 화장실에 50mm구경 기관총 탄환이 발견됐고, 2007년 옥천면 용천리 팬션 승용차에 전차포 파편이 관통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용천리 사나사 주차장에 4.2인치 조명탄이 날아들어 관광버스 2대를 관통하고 주택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에는 옥천면 펜션 지붕에 훈련용 포탄이 떨어진 피해를 비롯하여 사격훈련으로 인하여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10여차례 발생하여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 용문산 사격장 인근 농가 옆 20m 지점에 떨어진 대전차 미사일은 그동안 양평군민이 참아온 소외감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각종 중첩규제 속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사격장까지 나서 거드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양평읍 신애리 주민 A씨는 “사격장 포 소리에 방문객들이 놀라 그냥 돌아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포 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양평 방문을 자제하거나 이사를 오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용천리 주민 B씨 역시 “용문산사격장은 인근 마을과 불과 300m, 양평읍 시가지와는 1.5㎞ 이내에 위치해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가축과 농사 피해 등 재산상 피해와 수면불안 등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며 “지역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격장 이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양평군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는 ▶1972년 양서면 개발제한구역 지정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1982년 사격장 등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1983년 수도권정비획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지정 ▶1990년 환경정책기본법상 특별대책지역 지정 ▶1999년 한강수계법 도입으로 수변구역 지정 ▶2013년 수질오염 총량제 의무 도입까지 총 7가지에 달한다.
한편, 용문산사격장은 환경부 장관이 환경 정책 기본법에 근거하여 수질을 보전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정하여 고시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위치해 있다. 양평읍, 강상면, 강하면, 양서면, 옥천면, 서종면, 개군면이 1권역이다.
사격장에서는 납과 구리 등 중금속류와 각종 화약류 오염물질이 발생해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안전한 식수공급을 위해 각종 중복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에 납과 구리 등 중금속 등이 다량 발생하는 사격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지난 19일 용문산 사격장 인근 농가 논에 떨어진 대전차 미사일 ‘현궁’ 발사 장면. [사진=국방과학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용문산사격장 폐쇄 결의발언을 하고 있는 전진선 군의장.
용문산사격장 폐쇄 결의발언을 하고 있는 김선교 의원.
용문산사격장 폐쇄 결의발언을 하고 있는 덕평1리 김시년 이장(용문산사격장 대책위 부위원장)
용문산사격장 폐쇄 결의발언을 하고 있는 용천2리 정재국 이장(용문산사격장 대책위 위원장)
용문산사격장 폐쇄 성명서를 낭독하는 범대위 전우석 국장.
용문산사격장 폐쇄를 주장하면서 부대 정문 앞까지 진출한 집회 참가자들.
범대위는 이날부터 용문사격장 진출입로를 폐쇄했다. 사진 왼쪽은 경기도의회 전승희 의원.
집회 참가자들이 트랙터를 앞세우고 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방수형 양평군주민참여예산위원장, 전승희 도의원, 정동균 군수, 김선교 의원, 이혜원 군의원.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