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밤 서울 강남의 룸살롱 업주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일요신문DB
평소 룸살롱을 자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11월 23일에 단골 업소에서 이런 전화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을 하루 앞두고 또 다시 영업중단에 들어가는 유흥업소들은 이렇게 마지막 마케팅을 펼쳤다. 서비스를 많이 해주겠다는 감언이설과 함께. 그렇게 11월 24일부터 유흥업소의 간판 불을 꺼졌다. 일반음식점 역시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한 터라(포장 배달은 가능) 불을 끄는 가게가 늘었다. 그렇게 2020년 겨울은 네온사인마저 꺼진 깊은 밤을 맞이하고 있다.
11월 23일 밤 서울 강남의 룸살롱 업주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총회’라고 불렀다. 룸살롱 업주들이 총회를 주최할 공식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닌 터라 모든 업주가 다 참석하는 회의는 아니었다. 그저 평소 아는 업주들끼리 모여 회의를 연 것인데 꽤 많이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참석자들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영업중단 장기화 우려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룸살롱 업주 몇몇과 접촉했지만 이들은 자세한 논의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대략적으로만 들려줬다. 우선 영업중단 동안 간판 불을 끄고 불법 영업을 하겠다는 업주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은 있지만 직원들과 접대여성 건강관리, 룸 소독 등 나름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업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동선공개가 예전처럼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님들이 룸살롱 등 유흥업소 출입을 꺼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동선공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룸살롱을 드나든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그런데 요즘에는 동선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데다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들이 대부분 일반음식점 상호로 신용카드를 결제해주고 있어 피해갈 구멍이 생겼다. 일반음식점도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해 술자리가 시작될 때 미리 결제를 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한다. 8월 2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장기간 문을 닫아 타격을 입은 유흥업계는 이후 1단계로 하향되면서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막혀 있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의 경험처럼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자칫 몇몇 룸살롱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날 경우 업계 전체가 치명타를 입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 이후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도 있다.
가장 심도 깊게 논의된 내용은 불법 영업 관련 사안이 아닌 접대여성과 영업 담당자 등 내부 관리였다고 한다. 영업 담당자는 마담이나 영업상무 등으로 불리며 손님을 관리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돼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되면서 세력을 확장한 이들은 보도방 업체들이다. 보도방 업체들은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에 평소보다 높은 소개비를 받으며 접대여성을 공급해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예 일반음식점에 술자리를 만들어 손님들과 접대여성을 만나게 한 뒤 밤 9시가 되면 모텔로 2차를 보내는 변종 불법 영업으로 직접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접대여성을 대거 보유한 보도방 업체 입장에선 손님들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일이 없어진 룸살롱 영업 담당자들을 통해 손님을 소개받아왔다. 때문에 이날 총회에서 보도방이 각종 불법 영업을 하며 기존 룸살롱 업계의 시장을 갉아먹는 행태를 두고 다양한 대책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11월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 유흥가가 다시 불을 껐다. 사진=일요신문DB
문제는 그렇다고 뭔가 명확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강남의 룸살롱 업주는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다고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하소연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정부의 영업중단 조치는 당연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손님들의 수요 자체가 여전한 터라 각종 불법 영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거다.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도 몇몇 있겠지만 우린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생존을 위해 고민한다. 반면 애초 불법인 보도방 업체들은 무서울 것 없이 폭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