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4월 총선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반년 가까이 몸과 마음이 다 탈진돼 일절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주변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 말들이 많아서 10월 초부터 출마 고민을 시작했다.”
―11월 19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재앙이 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 방향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는지 보면서도, 정부는 방향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제일 큰 고통은 서울시민들이 받는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최대 피해자는 서울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부동산 문제에 목소리 내고, 해결할 사람이 나와야 한다. 국민들에게 ‘이제 바뀔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드려야 할 것 같아 빨리 출마 선언을 했다. 11월 13일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 및 규제방안 발표도 출마선언을 빨리하게 한 계기가 됐다. 서울 아파트 값은 올랐는데 신용대출도 못 받게 한 것이다. 절망하는 흙수저 무주택자 2040세대에게 월급 모아 집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핵심 공약이 궁금하다.
“우선 ‘서울 블라썸(SeoulBlossom)’ 정책이다. 청년들이 인생을 꽃 피우라는 의미다. 서울 강북과 강서 4개 권역에 80층 규모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주상복합형으로 직장과 주거, 문화·복지·의료 등이 한 건물에 들어간다. 50개 층을 청년들에게 주거로 준다는 계획이다. 분양과 임대를 섞을 수 있다. 계획부지가 대부분 시유지이기 때문에 건축비만 들어가 싼값에 가능하다. 건축비 1평(3.3㎡)당 600만 원으로 계산하면, 15평에 9000만 원이다. 분양을 받으면 장기 분할납부 방식을 할 수 있다. 그럼 월급을 모아 가능하다.”
―‘허니스카이(HoneySky)’ 공약도 있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키워야 하니 아파트 주거단지 안에 사는 게 좋다. 허니스카이는 주거단지 안에 젊은 부부들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서울은 마곡에서 암사까지 한강이 쭉 이어져 있고, 이를 따라 재건축 단지가 많다. 대부분이 아파트단지와 한강공원 사이에 고속화도로가 지나가는 형태다. 그래서 한강변 아파트도 고속화도로 밑 중간중간 뚫린 토끼굴을 건너 공원으로 간다. 허니스카이는 신청한 재건축 단지에 한해 고속화도로 일부를 ‘덮개화’해 단지와 한강공원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덮개에는 잔디와 나무를 심어 정원 산책로를 조성한다. 그럼 기존 단지 내에 계획된 공원부지는 정원으로 안 써도 된다. 그 부지를 시유지인 덮개와 맞교환해, 해당 부지에 젊은 부부용 고층 고밀도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임대 없이 지분 적립형 분양으로 하면 아이 한 명 키우는 부부의 25평 기준으로 건축비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가능하다. 30년 장기 분할납부하면 월급 모아서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군에는 유독 여성 정치인들 이름이 거론된다.
“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심판 선거다 보니, 국민의힘이나 민주당도 이심전심으로 ‘남성 후보는 좀 어렵지 않나’ 하는 게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여성 정치인들에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는 모든 분들 다 훌륭한 분이다. 쉬운 선거는 없다.”
―국민의힘은 경선룰로 ‘예비경선 국민경선 100%, 본경선 국민 80%·당원투표 20%’ 방식을 확정했다.
“선수의 입장에서 당의 결정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국민 비중을 높인 결정은 당 안팎의 여론이 민심비율을 높이라는 여론이 커 수용한 것 같다. 그럼에도 당원들은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원들은 지금까지 어떤 풍파가 왔을 때도 함께 당을 지켰는데, 당원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여성 가산점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가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성 가산점은 여성이 편견과 차별에 불이익을 많이 받는 분야에 주는 것이다. 수차례 지방선거를 치르며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권력형 성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다. 없던 여성 가산점도 만들어야 하는 선거에서 오히려 없애려고 해, 시대에 역행하는 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같아 유감이다.”
―당 일각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퇴진론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맡아서 치르라는 약속을 하고 출범했다. 그 약속을 깨야 할 만한 중대한 사고가 생겼다면 모르겠다. 지금 한창 전쟁을 치르고, 내년 4월 7일 큰 전쟁을 앞두고 있다. 내부 혼란보다는 내부 단결하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을 했다. 무소속이지만 야권주자로 분류돼 국민의힘과 연대 전망이 나온다.
“일단 본인이 선택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본인이 독자 길을 갈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무소속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경선 등 전망은 지금 얘기할 게 아니다. 내일 일도 모르는 정치판에서 세 달 후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 나중에 상황을 봐야 한다.”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추미애 장관과 겨루고 싶다”고 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추미애 장관에게 검찰개혁은 맞지 않는 옷인 것 같다. 빗나간 사심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총장과 한창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추 장관은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하자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참견했다. 그게 사심의 민낯을 드러낸 것 아닌가. 서울 지역구 5선 의원이면 서울 개혁에 대한 본인만의 비전과 해법이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이라는 안 맞는 옷 입고 사심 추구하지 말고 당당하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저와 보궐선거에서 겨뤘으면 좋겠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차출론도 나온다.
“우리 당은 대권주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권주자에게는 무덤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는 건 대권에는 나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나마 가장 앞서나가는 대권주자들을 우리가 스스로 하나둘씩 주저앉히면 대선은 어떻게 치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단견들이 이해 안 된다. 우리 당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깊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부산과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부끄러운 결정이다. 자기 당 소속 단체장들의 중대한 실책에 의해 보궐선거가 생기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당헌에도 못을 박았다. 그게 문재인표 혁신이라고 얼마나 선전을 많이 해 표를 얻어갔느냐. 국민 표는 다 받고 이제 와서 당헌을 바꿔 후보를 내는 것은 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정치에서 더 이상 이런 사기가 자리 잡지 못한다.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에 공정한 심판관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각오가 있다면.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민심은 두 가지 지점에서 분노하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와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다. 내가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카드라고 생각한다. 선거마다 시대정신이 있다. 시대정신은 다른 말로 국민의 열망이다.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사람을 당내에서 잘 만들어 국민 앞에 좋은 상품으로 내놓으면 이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