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조은희 구청장 글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황에 따라 주판알 튕기는 원칙 없는 여성 가산점,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구청장은 “저는 이번 선거가 젠더 선거라는 면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시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여자 사람 서울시장을 기대합니다. 남성의 시장도 아니고 여성의 시장도 아니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실력과 비전으로 당당히 경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갖춰 서울시민의 편안한 삶과 서울시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합니다”라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서초구 제공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언주 전 의원도 여성 가산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11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추행으로 시작된 선거로 젠더선거”라며 “우리 당이 이번만큼은 여성을 위한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경선준비위원회의 여성 가산점 제도 폐지 및 축소 검토와 관련해 “하필 젠더 선거, 여성의 분노와 기대가 결집되는 이 시점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할 리가 없다고 믿으면서도 혹시나 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 이 문제는 당이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의 남녀평등 문제와 여성의 정치참여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여성 가점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나 전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당내 여성 의원 20명을 대표해 국회의원 후보 공천 때 여성 가점제와 할당제를 도입해달라고 김무성 당시 대표에게 요청한 바 있었다. 나 전 의원은 그때 “새정치민주연합은 당규에 여성 가점제가 있는데 우리 당은 없다”며 “여성이 재선, 3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당이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여성 가산점 제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나경원 전 의원은 “이런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기엔 적절한 시점이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1월 말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여성 가산점을 포함한 경선 방식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경선준비위원회에서는 여성 가산점 제도 폐지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들 중 몇몇은 “국회의원 선거는 국론을 다루는 300명을 뽑는 거라 여성 할당을 둘 수 있지만 지방선거는 행정가 1명을 뽑는 선거라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간곡한 설득으로 폐지 여부를 보류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 교수는 회의에서 “난 평생 여성 가산점을 받아본 적 없다. 철저한 실력주의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여성 가산점을 주는 게 맞다. 왜 이 선거를 치르게 됐는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불가피하다. 여성 가산점을 주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아 잃어버리는 이익과 여성 가산점을 줘서 얻어질 이익을 생각해보자. 명분도 있다.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해졌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