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과 임진강을 마주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임시로 설치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집무실. 사진=김재환 기자
[일요신문] 군사분계선과 임진강을 마주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언덕에 몽골 텐트 1채가 서 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이라고 적힌 텐트에는 간이 책상과 의자 몇 개뿐, 이곳에서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벌써 보름 넘게 업무를 보고 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집무실은 수원 본청에 마련돼 있지만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11월 10일부터 이곳으로 출근한다. 영하의 날씨를 견디며 허허벌판에서 업무를 보는 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다. 경기도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자체다.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접경 지역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북한에 근접한 이곳에서 남북평화의 첫걸음인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유엔군사령부의 도라산 전망대 불허
당초 경기도는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도라산 전망대에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설치하려 했다. 남과 북 양측에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는 의미였다. 경기도의 요청에 관할 군부대는 조건부 동의 허가를 냈다가 집무실 설치 하루를 남기고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기 설치를 거부했다.
이 부지사는 “북으로 보내는 물건도, 군사 목적도 아닌 단순 책상과 의자를 유엔사의 허락 없이 설치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담하다”며 “유엔사의 목적은 비무장지대에 주둔하며 적대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군사적 적대행위가 아니라 평화정착을 위한 고유 행정행위인 집무실 설치를 막은 것은 유엔사의 부당한 주권침해”라고 했다.
또한 과거 국방부가 밝힌 “유엔사가 비무장지대(DMZ) 출입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언급하며 비군사적 행위까지 유엔사에 승인을 득하려는 우리 군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엔군사령부는 1978년 한미연합사에 지휘권을 넘긴 이후 정전협정과 관련한 임무를 맡고 있다. 유엔사에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이 실질적인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의사를 대변하는 셈이다.
유엔사의 반대로 집무실은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됐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식은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부지사는 “남북 정상이 재개 선언을 하고 제재를 넘어 국제적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우리 땅 도라산 전망대의 문을 열고 일사천리로 개성공단의 문까지 열자”고 호소했다.
#평화는 우리 손으로
이 부지사의 외침에 호응하듯 11일 최종환 파주시장을 시작으로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개성공단 기업인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잇달아 현장 집무실을 방문해 이 부지사를 응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통일대교를 찾아 이재강 평화부지사를 격려했다.
24일에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통일대교를 찾아 “우리 땅을 오가는데 가로막는 유엔사가 진정 평화를 지키는 군대인지, 분단을 지키는 군대인지 의심스럽다. 유엔사는 어떤 이유로도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방해할 권한이 없다”며 이재강 부지사의 손을 맞잡았다.
이 부지사는 매일 통일대교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유엔사의 부당한 승인권 행사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24일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성공단 재개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이곳에 머무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통일대교로 향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선 이재강 평화부지사.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