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14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영국인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에서 영국인 필립 톱슨은 “송가인의 앨범을 영국인들이 들으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며 트롯 한류열풍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관련 유튜브 영상 캡처
필립 톱슨이 대한민국 음악의 발전에 대해 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트롯이 영국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송가인과 박구윤 등의 앨범이 충분히 영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영국에는 트롯과 비슷한 장르가 없어서 정말 많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틀스와 퀸 등을 배출한 영국은 팝의 고향이라 불린다. 영국에서 트롯이 통한다면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트롯이 케이팝의 한 장르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필립 톱슨 한 명의 예측만이 아니다. 이미 현재 케이팝의 수준은 ‘대한민국에서 사랑받는 노래는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입증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트롯에 빠져 있다.
송가인의 가창력은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준이다. 게다가 송가인은 외국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국악적인 요소를 가미해 노래를 부른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창력에 한국 고유의 색깔을 담아내는 셈이다. 필립 톱슨이 “송가인의 앨범을 영국인들이 들으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기도 하다.
임영웅과 영탁 등 ‘미스터트롯’ 출신 신예스타들 역시 마찬가지다. 빼어난 가창력은 기본이고 확실한 퍼포먼스와 끼를 갖추고 있다. 이런 측면에선 ‘미스터트롯’ TOP7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태주와도 연결된다. 나태주는 태권도를 활용한 무대를 거듭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태권도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 상품 가운데 하나다. 이미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나태주의 무대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영미권과 유럽에서는 김호중의 경쟁력도 돋보일 수 있다. 김호중은 ‘트바로티’(트롯+파바로티)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인들이 익숙한 성악에 트롯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만큼 김호중은 두 가지 영역에서 모두 돋보인다. 김호중은 클래식 미니앨범 ‘더 클래식 앨범’을 12월 11일에 발매할 예정이다. ‘네순도르마’, ‘남몰래 흘리는 눈물’, ‘별은 빛나건만’, ‘오 솔레미오’ 등의 클래식 명곡이 담긴 이 음반은 예약 판매가 시작되고 하루 만에 10만 장 이상의 선주문량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서구권에선 트롯이 낯선 장르지만 성악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다면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만큼 성악과 트롯의 강점을 모두 가진 김호중은 트롯 한류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니앨범 ‘더 클래식 앨범’을 발매할 예정인 ‘트바로티’ 김호중은 서양인들이 익숙한 성악에 트롯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만큼 트롯 한류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인스타그램
그렇지만 아무리 한국인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바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를 해외에 알릴 노력이 절실하다.
케이팝 한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계기가 됐고 BTS를 통해 완성형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싸이의 사례를 놓고 보면 뮤직비디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전세계인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노래보다는 노래가 담긴 동영상이 더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뮤직비디오가 큰 인기를 얻으며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한 반드시 뮤직비디오가 아닐지라도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 트롯의 저력을 알릴 필요가 있다.
BTS는 데뷔 초부터 트위터 등 SNS를 적극 활용하며 전세계 팬들과 교류해왔다. BTS의 적극적인 SNS 마케팅과 팬 관리는 꾸준히 세계 각국에 고정 팬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고 이런 부분이 쌓여 이제는 세계적인 가수가 됐다. 신세대 트롯 스타들 역시 국내 팬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국의 팬들과 SNS를 통해 교류하며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이미 외국인들 사이 케이팝 열풍이 불고 있는 터라 유튜브와 각종 SNS를 통한 트롯에 대한 관심도 해외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제는 신세대 트롯 스타들의 소속사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막힌 지역 행사 등 국내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길 기다리기보다는 향후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필립 톱슨의 말처럼 영국 등 서구권에는 트롯이라는 장르가 없다. 그렇다고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니다. 서구권에선 낯선 음악이었던 흑인음악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대한민국의 트롯도 팝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인 장르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트롯 역시 흑인음악처럼 ‘한’이라는 정서를 기반에 두고 있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