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이돌 그룹 초신성(현 슈퍼노바) 멤버 윤학과 성제의 해외 불법 원정도박 혐의를 수사 하던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도 도박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사진=초신성 페이스북
시작은 유명 아이돌 멤버들이 필리핀의 한 카지노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에 대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였다. 지난 9월 초신성(현 슈퍼노바) 멤버 윤학(본명 정윤학)과 성제(본명 김성제)가 해외 불법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의 한 카지노에서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5000만 원까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도박 목적으로 출국한 것은 아니고 다른 일로 필리핀에 갔다가 우연히 도박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초신성 멤버 가운데 한 명이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도 도박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그렇게 ‘온라인 아바타 도박’이 이뤄지던 사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온라인 아바타 도박’은 해외 카지노를 방문해서 직접 도박을 하는 대신 누군가를 아바타로 세워 도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박 사이트에서 필리핀 카지노의 도박 테이블을 생중계하면 이용자들은 이를 보며 현지 카지노에 있는 사람을 아바타로 지정한 뒤 베팅 여부를 지시한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아바타로 지정된 사람이 도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에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이가 베팅을 하는 셈이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도박 사이트의 운영 총책과 환전책 등 4명이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는데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환전 등을 위해 대포통장을 사용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가 4년 정도 운영됐고 전체 판돈이 8000억여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철저히 경찰 수사망을 피해 4년 동안 사이트가 운영된 터라 이용자도 많았다. 경찰은 이용자 가운데 유명인은 판돈 수백만 원, 일반인은 수천만 원을 처벌 기준으로 정했다. 이처럼 고액 판돈 이용자로 처벌 기준을 한정했음에도 100여 명의 이용자가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것으로 보인다.
처벌 대상이 된 이용자들 가운데에는 초신성 멤버 외에도 유명 배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에 미칠 파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찰은 해당 사이트에서 이름을 숨기고 도박을 한 유명 인사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유명 배우가 한 명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또 다른 스타급 연예인이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처벌 대상이 된 이용자 가운데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이미지 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그렇다고 ‘온라인 아바타 도박’이 신종 수법은 아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조직이 적발된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필리핀 현지 아바타를 활용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 필리핀 마닐라 소재의 한 카지노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확보한 뒤 20개의 게임 테이블에 영상장치를 설치해 자신들의 불법 사이트에서 바카라 도박 테이블을 생중계했다. 필리핀 현지에 일정한 직업이 없는 한국인을 아바타로 고용한 뒤 이용자들이 베팅을 지시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 아바타 도박’은 비싼 항공료와 해외 체류 비용, 그리고 해외를 오가는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도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까닭에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출국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온라인 아바타 도박’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판돈도 커졌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해외 출국이 힘들어지면서 불법 원정도박은 크게 줄었지만 아바타 방식을 활용한 비대면 불법 도박 사례가 늘고 있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몇몇 지방 경찰청에서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재진 프리랜서